플러싱에 다니다 보면 부러운 것이 하나 있다. 유대인들이 지역마다 세워놓은 13개의 커뮤니티 센터다. 유대인들은 이곳에서 각종 잔치를 비롯, 지역내 모든 이슈 관련 회의, 문화행사, 바자회, 정치활동 등 다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말하자면 커뮤니티 센터는 공회당 같은 곳으로서 지역주민들을 위한 일종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이다.
플러싱은 뉴욕의 한인들이 집중 모여 사는 한인 최대 밀집지이자 한인 이민사회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이 지역은 200여개의 개신교를 비롯, 수십 개의 군소 종교 기관이 골고루 들어선 종교의 메카이기도 하다. 본보가 제작한 업소록에 의하면 이 지역에는 450여개소의 업소 중 30%인 130여 단체가 존재하고 대형식품점의 본점이나 큰 규모의 지점이 거의 모두 이곳에 운집해 있다. 맨하탄 한인타운에 들어선 40여개 한인 요식업소에 비해 플러싱은 100여개 업소에 달하는 식당들이 즐비하게 자리하고 있다.
의료계에 종사하는 의사 수를 봐도 뉴욕, 뉴저지 커네티컷 3개 주의 총 700여명 중에서 30%에 해당하는 200여명이 플러싱에 집중돼 있다. 이런 수치는 아마도 변호사, 공인회계사(CPA)등의 분포율과도 비슷한 통계를 보일 것이다. 그만큼 플러싱 지역은 각 분야의 사람들이 어느 지역보다도 많이 밀집돼 있다. 플러싱은 한인들이 처음 미국 오면 초창기 한번은 거쳐가는 정류소다. 한인이면 누구나 식품을 사든, 음식을 사먹든 이 지역을 오며 가며 드나든다. 이래저래 이곳을 찾는 한인들이 지불하는 돈은 거의 천문학적 숫자에 이른다. 그런 곳에 우리가 커뮤니티 센터 하나 없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므로 플러싱 내 커뮤니티 센터는 꼭 이 지역에 사는 한인들만의 관심거리라고는 할 수 없다. 범동포적인 이해와 협조, 단합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우리가 유대인들 보다 부족한 게 뭐 있는가.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힘이 있고 경제력이 있고 실력이 있다.
문제는 해야 한다는 생각만 있을 뿐 실천에 옮길만한 신념이나 굳은 의지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 누가 막상 하려고 하면 이러쿵 저러쿵 깎아 내리려거나 옳다 그르다 입방아 찧느라 혈안이다. 그러다 보니 이민 백년이 되었다고는 하나 이래 저래 눈치 보느라 의식 있는 인사까지도 나서기를 꺼려온 게 사실이다.
커뮤니티 센터에 대해서는 그동안 한인사회 관심도도 지대했다. 혹자는 이번에 한인커뮤니티 센터에 대한 여론이 일자 뉴욕한인회와 플러싱 지역 한인회는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묻는이도 있는 듯하다. 굳이 정의하자면 뉴욕한인회는 한인사회의 대표성을 띠는 기구로서 한인들의 위상을 높이는 업무가 주다. 플러싱한인회는 지역사회를 대변하면서 지역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단체이다.
다시 말해 커뮤니티 센터는 뉴욕한인회관과 플러싱한인회와는 성격이 엄밀하게 다르다. 이런 점에서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 센터가 꼭 필요하고 같은 성격의 건물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우리는 미주에서 지난 100년을 열심히 살아왔지만 앞으로 다가올 향후 100년 대계를 위해 소수민족으로서 가장 모범적이고 파워그룹을 형성한 유대민족의 발자취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사회에서 유대인들이 오늘날과 같은 성취를 이룬 원동력은 바로 커뮤니티 센터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한인사회는 100년 전 이민 선조들이 남긴 업적과 공로를 기리기 위해 많은 행사들을 활발하게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도 결국 행사로만 그칠 뿐, 유형적 성과로 남는 것은 없다. 이런 점에서 한인사회는 앞으로의 백년을 향해 우리의 구심지역인 플러싱 한인타운에 커뮤니티 센터 하나라도 후세들에 남길 준비를 해야 한다.
더구나 노던 상권이 중국계에 계속 밀리는 상황에서 우리의 커뮤니티 센터가 들어선다면 플러싱을 든든히 지키는 보루로서의 역할도 하게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특히 최근들어 일고 있는 커뮤니티 센터 건립 의견은 부동산 공동 투자 개념을 적극 활용하자는 의견이 제기돼 참여자의 재산 증식 수단으로서의 가치도 높다 하겠다.
즉 커뮤니티 센터 건립 과정에서 그간 한인들에게 부족한 부동산 공동 투자 의식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 참여자들이 중장기적으로 투자 수익을 얻는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지금이라도 힘을 합쳐 커뮤니티 센터만은 반드시 플러싱 지역에 만들어내야 할 사명감을 가진 셈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민 100주년을 맞아 커뮤니티 센터 건립을 위한 노력에 모두 다 관심을 갖고 동참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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