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 경제가 힘들다. 침체된 미국 경기도 언제 소생할 지 알 수가 없어 더욱 불안하다. 그러나 이같은 짙은 어둠 속에서도 ‘눈앞에 돈이 보인다’고 자신있게 말하며 비즈니스를 시작하거나 넓혀나가는 한인들도 많이 있다. 색다른 아이디어와 도전으로 비즈니스의 영역을 넓혀가는 한인들을 소개한다. 이들의 개인적인 성취를 단순히 알리기보다는 기존 한인 비즈니스업체들이 이들의 비즈니스 비결을 보면서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편집자 주>
(1) 복합 편의점 ‘스크립틱스’
약국과 뷰티서플라이, 원아워포토 하나로
한인 1.5세 3명 동업...지역사회 큰 관심
젊은 한인 1.5세들이 약국과 뷰티서플라이, 원아워포토를 하나로 묶은 ‘제노비스(Genovese)’식 약국 편의점 비즈니스를 선보여 지역 주민과 관련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지난 6월6일 용커스에 오픈한 ‘스크립틱스(Scriptx)’는 한인 1.5세 3명이 동업으로 시작한 새로운 개념의 한인 비즈니스다.
로버트 이(36)씨와 김태형(27)·김보형(25) 형제는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을 하다 전문 분야를 하나로 모아 소매 비즈니스를 해보겠다고 의기투합했다.로버트 이 사장은 스니커업계와 건설, 뷰티서플라이 등의 업종에서 다양하게 일을 해본 경험을 갖고 있으며 김태형 사장은 일본계 상사에서, 약사인 김보형 사장은 유명 제약회사에서 일을 해온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 사장은 "약국과 뷰티서플라이, 원아워포토의 생활 편의점인 ‘스크립틱스’를 만드는데 2년반 정도 준비해왔다"며 "이 지역이 앞으로 4~5년 안에 크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스크립틱스가 지역 주민이나 타운정부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지리적 요인과 남다른 고객 서비스 개념 때문이다.스크립틱스가 위치한 지역은 용커스의 다운타운이다. 이 지역은 백인 부유층이 거주하는 리버데일(Riverdale)과 해스팅 온 허드슨(Hasting on Hudson)의 중간에 위치한 요충지다.
지역 주민은 히스패닉이 48%, 흑인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사장이 이 지역에 눈독을 들인 것은 앞으로 개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용커스정부에서는 이 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고 지역 상권을 고급화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해스팅 온 허드슨 지역에 맨하탄 34가를 연결하는 페리(Ferry)가 건설될 예정이어서 백인 중산층 및 상류층이 더욱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운타운 용커스의 중심지인 브로드웨이와 메인스트릿 지역에 상권을 대폭 물갈이하려는 움직임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교통 요충지를 활성화해 지역 상권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의지다.현재 다운타운에는 오래된 상가가 있다. 지역 흑인과 히스패닉 주민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들은 대부분 낙후된 건물에서 시설도 형편없는 편이다.
스크립틱스의 등장은 이 지역 상권의 새로운 시금석이다.
스크립틱스는 건물주의 개발 의욕에 딱 맞는 프로젝트를 들고 나와 합격점을 받았다. 깨끗한 매장과 고급스러운 스토어를 만들겠다는 사업계획서에 건물주는 좋은 조건으로 리스를 주었으며 건물 자체를 리노베이션해 로프트(Loft)로 만들었다.
업소 입구부터 고급스러운 차양과 디자인으로 깔끔한 이미지를 주었다. 원래 규정대로라면 옥외 간판이 1피트 이상 나올 수 없었지만 타운 정부에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적극적인 로비를 벌여 2피트로 늘렸다.
5,000스퀘어피트 규모의 실내 매장 역시 쾌적한 샤핑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 물품이 놓인 셀프(Shelf)를 친근감이 드는 색깔의 나무로 직접 짜서 부착했으며 카트가 양방향으로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통로(Aisle)을 넓게 만들었다.
카운터와 약국에는 천장에서 내려오는 라이트를 매달아 확실하게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조성했다. 문을 연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지역 주민들로부터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고객들은 편리하게 샤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줘 고맙다는 칭찬 일색이다.그러나 눈에 보이는 비즈니스 공간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스크립틱스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오히려 대 고객 관리 부분이다.
이 사장은 "지역 주민이나 고객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친절한 동네 가게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라고 소개한다. 제노비스와 같은 대형 체인 스토어의 시설과 가격은 물론 ‘맘 앤드 팝(Mom & Pop)’ 개념의 샤핑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는 것.
직원도 따뜻한 성품의 소유자 중심으로 채용하고 고객들의 문의에 항상 친절하게 응할 것을 강조하며 고객 서비스 부분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지역 유지들이 대거 참석한 그랜드오프닝때는 시간마다 복권(Raffle)을, 100달러 상당의 사은품을 추첨을 통해 제공했다.
스크립틱스의 창업과 자금 운용은 기존의 한인 비즈니스와 약간 다르다.
규모로 볼 때 100만달러 이상이 투자돼야 가능하지만 스크립틱스는 약국 도매업체로부터 최대한 파이낸싱을 받았다. 뷰티서플라이 제품 결제 방식도 처음 시작한 업체로는 파격적인 혜택을 얻었다. 또 업소 건설에서도 타운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속에 쉽게 허가를 받은 편이다.
이처럼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최대한의 성과를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은 기획 단계부터 공사기간 동안 사업 계획을 치밀하게 만들어 도매업체와 타운정부에 설명했기 때문이다.약국 도매업체에서는 이들의 사업 계획에 호감을 나타내면서 물품 공급과 파이낸싱을 해줬다.
동업자 중 가장 나이가 젊은 김보형 사장은 "약국 체인에서 일할 때와 달리 직접 약국을 경영하다보니 보험 문제 등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내 것’이라는 성취감이 남다르다"며 "한인 약국 편의점을 프랜차이즈식으로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크립틱스는 현재 원스탑 샤핑의 개념으로 지역 상권에서 독특함을 인정받고 있지만 한인 동업자들의 꿈은 한단계 이상 앞서간다.이 사장은 "이익을 최대한 재투자해 미국 업체와도 경쟁할 수 있는 약국 편의점을 만들고
싶다"면서 "지역 주민과의 친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수익의 사회 환원 부분에서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사업 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이들은 약국과 뷰티서플라이 뿐아니라 품목과 업종을 다각도로 확장해나갈 속뜻을 언뜻 내비쳤다.
■ 로버트 이. 김태형. 김보형 공동창업자
"각자 전공.이력살려 체인으로 성장 야심"
한인 1.5세들인 스크립틱스의 동업자들은 인화를 강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형, 동생하는 사이지만 서로의 맡은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서로 격려한다.
이들은 나이는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만만치않은 이력들을 가지고 있다.
로버트 이 사장은 6살 때 미국에 온 뒤 뉴욕주립대(SUNY at Albany)와 프랫대를 졸업했다.
비즈니스와 건설매니지먼트를 전공한 이 사장은 88년 NBA 스타였던 패트릭 유잉의 신발 독점권으로 화제가 됐던 넥스트 스포츠에서 근무했다.이후 스니커업소를 운영한 적이 있으며 전공을 살려 건설회사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뷰티서플라이쪽으로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한때 장인이 운영하는 뷰티서플라이업소에서 직접 경영을 해본 적이 있어 스크립틱스에서 이 분야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김태형 사장은 미시건대학과 버룩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일본 유명 종합상사인 ‘이토추(Itochu)’에서 근무해왔다. 특히 운송분야와 유통 분야에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김보형 사장은 2살 때 미국에 온 뒤 세인트존스 약대를 졸업했다. 유명 제약회사인 ‘엘리 릴리(Eli Lilly)’와 제노비스, 병원 등에서 약사로 일해왔다.
김태형·보형 형제는 대기업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스크립틱스를 키워보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김보형 사장은 "미국회사에서 급여수준은 높지만 소수계로서의 한계를 느낄 때가 있었다"며 "스크립틱스가 약국 체인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돈독한 신앙심으로 뭉친 스크립틱스의 공동 창업주들은 이제 걸음마를 시작했지만 현재의 약국과 뷰티서플라이 뿐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다.이 사장은 "스크립틱스에서 경험을 많이 쌓은 뒤 다양한 분야의 한인 젊은 인재들을 영입해 사업망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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