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이 참으로 구차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으신지? 인간의 생명은 귀하고 주어진 삶은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는 맹목적 목적에 끌려 살아가는 것은 아니신지?
우리의 삶은 늘 좋고 기쁜 일만 생기지 않는다. 세상살이가 너무 힘들어 온 몸과 마음이 지치고 실타래처럼 꼬인 일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지 한참을 넋 놓고 있다가도 한가닥씩 풀어가며 살아야 한다. 그러다보면 저절로 한숨이 나오기도 하고 한고비 넘기니 또 한고비가 다가와 다시 또 그것을 해결하고자 몸을 추스리고 마음을 다져야 한다. 때로 이런 삶이 징글징글하고 고통스럽기도 할 것이다.
노르웨이의 천재 화가 에르바르트 뭉크(1863-1944)의 그림 <절규>를 보면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입을 크게 벌린 채 공포에 질려 이지러진 얼굴이 있다. 미술 교과서에도 나와 우리에게 낯익은 이 그림은 시대의 불안과 공포, 인간의 욕망과 질투, 우울, 슬픔, 고독, 절망을 주로 그린 화가의 내면세계가 담겨있다.
가끔 이민자들도 이렇게 피빛 하늘과 빈 들판에 물결치듯 퍼져나가는 절규처럼,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입을 열면 자신도 모르게 ‘아악’ 하는 비명 소리가 하늘이 찢어질 듯 터져 나올 것 같아 황급히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는 적도 있을 것이다.
부부 사이, 자녀 문제, 이웃과 직장에서의 문제 등등 인간관계에서 부딪치는 불협화음이 있기도 하고 생각하는 것,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이 서로 달라 절대로 합칠 수 없이 평행선으로 달려가는 사이도 있다. 더욱이 우리는 이민자이기에 겪는 고충이 더 많을 수 있다.
서류신분미비자인데 미국의 이민법은 나날이 목을 조여오고, 애써 받은 영주권이 돈 버는데 별로 도움이 안될뿐 더러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 달 먹고살기 벅찰 때도 종종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수북히 쌓인 우편물은 체크를 제 날짜에 보내라고 으름짱 놓고, 때가 되면 소리 없이 은행에서 빠져나가는 불입금은 마치 도둑 맞은 기분이 들게 하고. 그러다 어느날, 마이너스가 된 통장을 바라보면 참으로 마음이 착잡해질 것이다.
이민자로서 미국에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때로 미국 현대소설의 최고봉으로 지금도 미국인들이 가장 즐겨읽는 책이라는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가 생각난다. 영화는 물론 수년 전에는 브로드웨이 뮤지컬로까지 만들어졌었다. 전후 ‘재즈시대’(Zazz age)라고 불리는 미국의 사회상을 그리며 진정한 아메리칸 드림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이 소설은 성공은 무엇인지, 꿈과 허욕의 말로는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1925년에 나온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물론 이민자들에게도 책장을 덮을 때면 ‘불쌍한 인생’으로 가슴에 각인되는 ‘개츠비’란 이름, 모든 것을 이루려고 하다가 결국 빈손으로 사라지는 개츠비는 가장 미국적인 인물인 것같다. 피츠 제럴드 역시 소설의 성공으로 뉴욕 사교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이 되었다.
플라자호텔 앞 분수대에 뛰어들어가 첨벙거리고 한 파티 장소에서 다른 파티 장소로 옮겨가면서 택시 지붕 위에 타고 가는 등 호기를 부린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수많은 파티에 쫓아다니느라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하는 등 결국 작가 역시 자신의 소설 속 인물처럼 정신적 붕괴과정을 거쳐 비극적 종말을 맞게 된다. 작가나 그 작가의 인물 속 개츠비나 모두 대표적 자본
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부를 쫓다 인생까지 저당 잡힌 사람들이다.
우리들도 매일 돈에 묶여 사는 삶을 살고있다면 물질의 포로, 노예와 다름없다.가난한 것은 다소 생활을 불편하게 할뿐이라는 일반적인 말에 우리 자신을 위로하자. 그리고 혈기왕성하던 시절에는 하찮게 여겼던 물질이란 것에 힘없고 나이 들어서 고통받는다는 것이 자존심 상하긴 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다. 돈 잘 버는 사람 눈에는 돈이 보인다는데 아무리 내 눈을 비벼도 돈이 안보이니 어쩌나? ‘물질은 나와 인연이 아닌갑다’하고 마음을 비우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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