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 ‘오렌지 빛을 되새기며(The Orange Afterthought)’에는 내가 좋아하고 표현하고 싶어하는 모든 것이 들어있어요. 스타일이나 짜여진 틀은 상관없어요. 오렌지색, 초록색, 나무, 여성, 긴머리, 여러 종류의 파란색 등 좋아하는 것을 한데 뭉뚱그리고 싶었어요".
고교생으로는 처음으로 뉴욕한인 YWCA에서 미술전시회를 개최한 김나정(16·미국명 크리스틴 김)양은 지난 2000년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습작을 거쳐 완성해온 미술작품 32점을 뉴욕한인들에게 공개했다.
전시회 타이틀은 자신의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든다는 ‘오렌지 빛을 되새기며’. "색깔을 가지고 장난하는 것을 좋아해요. 제가 어려서부터 좋아하던 구스타브 클림트의 작품에서 따온 여자의 모습에 가장 좋아하는 오렌지와 초록색을 섞어봤어요. 머리는 나무를 연상시키는 초록색 잎사귀로 표현했고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그림을 그리면서 행복하다는 것밖에는."
정규 미술 과정을 받은 적이 없는 김나정양은 그냥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서 시간이 날 때마다 빈 종이 위에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했고 이번 전시회도 자신의 미술 솜씨가 현재 어디쯤 와있는지를 확인해 보고 싶어서 열었다고 한다.
"제 그림에는 스타일이 없어요. 제 느낌이 닿는 데로, 표현하고 싶은 데로 그리기 때문에 미술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스타일 자체가 없어요. 미술을 전공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요. 그냥 재미있고 할 수 있어서 하는 것뿐이에요"라고 말하는 김양은 9학년 때부터 방과후 시간을 이용해 혼자 미술을 시작했다.
미국의 명문 사립학교 엑스터 아카데미(Exeter Academy) 11학년을 마쳤으며 중학교 때부터 올 A학점에 수석을 놓쳐본 적인 없다. 수재들만 다닌다는 엑스터 아카데미에서도 최고 어너(Honor) 과정을 받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학업 성적의 보유자다.
공부하는 시간외에는 주로 그림을 그리거나 피아노를 연주한다. 급우들과 함께 피아노·바이올린·플루트 3중주단을 만들어 일주일에 두차례 이상 연주를 즐겨한다. 또 정규 작곡 과정을 밟지 않았음에도 친구들과 어울려 직접 연주할 곡을 만들기도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의 클래식 음악만을 연주하는 것은 더 이상 재미가 없고 틀에 박혀있다는 느낌 때문이다.항상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며 최고 사립 명문으로 꼽히는 엑스터 아카데미도 자신이 원해서 응시했다. 또 미술, 작곡, 글쓰기 등 즐겨하는 취미생활도 모두 창조적이고 도전하는 정신을 지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분야여서 좋다고 덧붙인다.
처음 미술반을 수강했던 9학년때 검정, 빨강, 흰색만을 가지고 작품을 완성하라는 교사의 주문에 막막하지만 스릴도 동시에 느꼈다고 한다. 노력하면 모든 것을 해낼 수 있고 결과 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긍정적 사고방식의 소유자다.
중학교 재학시절 갓 이민온 한인 친구들의 영어 공부를 도와주고 싶어 카운티 정부에 자원봉사 신청서를 냈지만 어리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럼에도 자신이 자격요건을 갖췄다는 내용의 편지를 꾸준히 보내 보조교사 자리를 따낼 정도로 적극적인 성격을 지녔다.
엑스터가 뉴햄프셔에 있어 더 이상 보조교사 일은 못하지만 또래 친구들의 영어공부를 도와주는 일이 너무 보람있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회계사로 바빴던 어머니와 이탈리아에서 물리학 박사과정을 밟던 아버지 대신 자신을 돌봐줬던 할머니 덕분에 김양 역시 한글을 먼저 배워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영어가 더 어려웠던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이 너무 많아 앞으로 어떤 진로를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도 지금까지는 교수가 가장 되고 싶어 한다. 자신이 아는 것을 풀어서 설명해줄 때 스스로 배우는 것이 많고 다른 사람에게 지식을 전달한다는 것은 보람이 크기 때문이다.
<김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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