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교포 출신인 민주당의 김경재 의원이 24일 “요즘 시국이 정말 엄중하다. 예전 같으면 쿠데타가 나도 몇 번 났을 상황이란 말이 나온다”면서 상당수 국민들이 노무현대통령에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순천이 선거구인 그의 발언은 새 정부에 대한 반감이 점증하고 있는 호남의 정서를 대변한 말이지만 노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인 그가 현 시국을 난국으로 인정하고 노대통령의 지도력에 의문을 제기한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한국의 현 시국에 대한 우려의 시각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 의해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기독교계의 원로인 강원룡 목사는 지난 3일 “현 정치상황은 4.19 직후와 같다”고 했고, 23일 김수환 추기경은 “지금 우리의 상황은 망망대해에서 태풍을 만난 배와 같다”면서 정부의 난국타개 능력에 회의를 표시했다.
사실 요즘 한국이 돌아가고 있는 모양을 보면 난국은 난국이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노사분규가 봇물처럼 터져 조용할 날이 없고 전교조라는 이념교사단체가 날뛰고 공무원들까지 노조를 하겠다고 야단이다. 정부는 이해집단의 주장을 조정하고 타협시키기 보다는 한쪽 편에 가담함으로써 사회를 개혁하고 역사를 창조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5단체는 23일 성명을 내어 “정부가 노동계의 총파업에 밀려 법과 원칙을 훼손한다면 기업은 고용축소, 투자감소, 해외 기업이전 등으로 맞설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이들의 모임에서는 “이러다간 나라가 망한다”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24일 노사간의 전면적인,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충돌로 갈 수 있다고 반박했다.
외국기업들은 이런 상황을 크게 우려하면서 한국정부의 국정운영 능력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경제문제 뿐만 아니라 한국은 구석구석마다 점점 수라장이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 없지 않다. 남북문제, 외교문제, 인사문제가 모두 원칙 없이 왔다갔다 하고 초법적인 대북송금사건에 대한 청문회도 하다가 말았다.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과연 헌법과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질서에 어긋나지 않는 일인지, 그렇지 않으면 노대통령이 좋아하는 말대로
“깽판치는” 일인지 알 수 없다.
이런 우스개가 한동안 유행한 적이 있다. 박정희가 밥을 한 솥 해 놓았더니 전두환이 모두 먹어버렸고, 노태우는 남아있던 누룽지를 박박 긁어 먹었는데 김영삼이 솥단지를 깨어버렸다. 그래서 김대중이 외국에서 솥을 빌어다 다시 걸어놓았다는 것이다.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지금 상황을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노무현은 아마 솥이 뭣에 쓰는지도 몰라 엿장수에게 주어버리고 말았다고 할 것이다.
한국이 지금까지 경제를 발전시키고 민주주의를 지켜왔다고 해서(실은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지도 못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잘 나갈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남미의 경우를 보라.
남미는 한 때 경제가 발전하여 유럽 이민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그러나 사회 혼란과 군사쿠데타, 독재정치 등을 겪으면서 후진국 대열로 전락하고 말았다.한국에서도 만약 정부가 이 혼란을 수습하지 못하면 국민들은 위기의식을 느끼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새로운 대안을 찾게 될 것이다. 즉 합법적인 방법이든 불법적인 방법이든 정부를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지금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북미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데 북한이 핵개발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한반도에서는 결국 전쟁이 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이 때 한국정부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일대 정변에 휩쓸릴 수도 있다. 4.19와 같은 시민혁명이나 5.16과 같은 군사 쿠데타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극약처방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려운 시국이 도래할 것을 경고하는 사람들이 있다. 강원룡 목사나 김수환 추기경 같은 사회 지도자들 조차 그런 말을 하고 있다. “이러다간 나라가 망한다”는 말을 결코 허술히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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