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 브라이언트 고교 2002-2003년도 코리언 클럽 회장을 역임한 김경진(19)양은 초등학교 교사를 꿈꾸고 있다.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전하기 위해 교사가 되고 싶다는 그의 의지는 다부지다 못해 결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민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 또래의 한인 학생들보다 훨씬 어른스러웠으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강한 자신감도 갖고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게된 것은 이민 첫 해인 98년 풍물을 처음 접하고 나서였다.
"저에게도 방황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풍물을 통해 나를 발견했으며 내가 이 사회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됐습니다. 풍물은 희로애락이며 삶의 외침입니다. 풍물을 통해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발견하고 내 몸 속에 숨어있던 예술적 끼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김양은 현재 전북 임실군 필봉리에 전해지고 있는 필봉 가락 풍물을 양진성, 양진환(필봉 농악 보존회) 전수자에게서 직접 전수 받고 있다. "필봉 풍물 전수자가 되고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교사가 적성에 맞는 것 같아 교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며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될수록 많은 책을 읽고 있다고 한다.
뉴욕지역 대표적 풍물패 한울의 정규 단원으로 한인사회의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제는 배운 풍물굿과 풍물정신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후배들이 풍물을 배워 우리문화를 사랑하고 그 문화를 통해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내가 배운 것들을 전해주고 있다"며 "브라이언트 고교에 풍물정신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재정적인 이유로 취소됐던 브라이언트 고교 국제축제를 ‘아지랑이’라는 한인축제로 승화시켰으며 88년 창간됐다 사라진 한인 학생들의 글 모음집 ‘햇귀’를 재창간했다.
’아지랑이’는 다양한 공연이 한자리에 어우러진 한마당 축제로 참가자 모두에게 한인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준 공연이었다. 15년만에 재창간된 ‘햇귀’(아침에 태양이 떠오를 때 처음으로 세상을 비
치는 햇살)는 한인 학생들을 하나로 묶어 준 그들만의 산문집이 됐다.
소극적이기만 했던 그가 풍물을 통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뀐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한인사회 정치력 신장을 위해 유권자 등록 캠페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요일마다 한인사회 각처에서 열리고 있는 유권자 등록 캠페인 현장을 방문하면 유권자 등록을 돕고있는 그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유권자 등록은 한인 정치력신장의 열쇠입니다. 이사하신 분들은 반드시 주소지 변경 신고를 해야합니다."그의 목소리는 또랑또랑하다. 풍물로 시작된 사람과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이 민족과 나라에 대한 애정으로 변하고 있다. 유권자 센터의 김동찬 총무와 필봉 풍물을 자신에게 처음 소개 해 준 이정우 선생을 가장 존경한다고.
2000년 센서스에 홍보원으로 참여하고 매년 치러지는 선거에 출구조사원으로 활동하는 등 자신이 속해있는 커뮤니티 이슈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왔다. 이같은 사회참여 활동을 통해 건강한 시민의식을 갖추게 된 그는 현재 한인사회와 미 주류사회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있다.
굿거리 장단과 자진모리 장단을 지나 빠른 휘모리 장단을 놀고 있는 그를 보면서 이민 2세들에게 필요한 뿌리교육의 모델을 발견하게된다. ‘덩덩덕 쿵덩, 덩덩덕 쿵덕’ 미국 초등학교 교실에서 울려 퍼지는 장구가락을 상상하며 파란 눈의 아이들에게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있을 김경진 교사를 그려본다.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 그가 꿈꾸는 건강한 이민사회가 속히 이뤄지길 기원한다.
<글=이진수 기자>jinsulee@koreatimes.com
<사진=김재현 기자> jah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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