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시즌이다. 우리 가족 중에도 졸업생이 있다.
작은 아이가 지난 19일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조카 셋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각각 마쳐 상급학교로 진학했다. 졸업생 아이들은 ‘졸업’이란 단어에 매료되어 마치 벼슬이나 한 것처럼, 어른이 된 것처럼 뻐긴다. 기저귀 차고 아장아장 걷던 것이 눈에 선해 ‘내가 너의 과거를 다 알고있다’ 싶은데 그 천진한 들뜸과 동시에 쑥스러워하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 그만큼 자라준 것이 대견하기도 하다.
작은 아이는 “나, 이제 아기 아니야. 베이비라고 부르지마”하고 단호하게 선언했다. “네가 스무 살이 되고 마흔 살이 되어도 넌 엄마의 영원한 베이비야”하자 입을 삐죽거린다.졸업식날 입을 드레스가 필요하다, 졸업식날 하이힐을 신겠다, 네일 살롱에 가서 손톱·발톱 손질을 해달라 등등 어린것이 프롬 파티 갈 것도 아니면서 주문도 많다. 그리고 도서실 선생과 담임 선생 선물을 두 개 사달라고 했다.
다른 것은 안되어도 선물은 오케이. 네 사람분의 작고 예쁜 선물을 사다주었다. 여분의 한 사람은 이번 학기를 끝으로 은퇴하는 교감 선생이다. 이 분은 큰 아이적부터 작은 아이때까지 12년을 지켜 봐왔는데 마주칠 때마다 얼마나 친절하게 대해주는지 아무 것도 모르던 초창기 이민자들의 마음을 푹 놓이게 만들었다.
특히 한인 아이들이 공부 잘하고 착하다며 얼마나 귀여워하는지 그 은혜가 깊다.또 한 사람은 학교 앞 차도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신호등 역할을 해주는 학교 건널목 안전요원이다. 처음 보았을 때는 진한 화장에 짧은 스커트 차림이 인형처럼 보였고 몸매도 든든한 육체파로 건강한 매력을 주었다. 요즘 보니 십년 이상 그 찬 눈보라와 비바람을 한데서 맞느라 피부가 상하고 늙어 바지 입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어쩌다 출근길이 바쁠 때는 아이가 길을 채 건너가기 전에 돌아서 갈 때도 있었는데 그녀는 양팔을 활짝 벌려 차를 막아서서 안전하게 길을 건너게 해주었다.앞으로 만날 일이 없겠지만 그 두 사람은 우리 가족 이민사에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아이가 한 졸업생 대표연설 중 한 대목이 귀에 들어왔다.
“그동안 많이 보살펴준 부모님, 선생님, 학교에 감사한다. 이번 졸업식이 삶의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이 터닝 포인트(The Turning Point) 라는 말은 흔하면서도 참으로 오묘한 뜻이 담겨있다.아이는 본인이 원하던 중학교에 들어가지 못해 엉엉 울던 기억을 새까맣게 잊어버리고(부모 마음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좌절을 맛본 아이의 터닝 포인트가 그때인 줄 알았는데) 졸업식을 터닝 포인트로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한다.
삶의 방향이, 색깔이 바꾸어지는 삶의 전환점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오지 않는다.수십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창업하거나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목사 안수를 받는 등 오랫동안 살아온 길을 달리 살기도 한다.
중병에서 살아난 것을 계기로 마음가짐과 삶의 태도가 180도 달라져 봉사의 삶을 살기도 하고 이혼을 하려다가 다시 마음이 합쳐지기도 한다.(물론 그 반대 경우도 있겠다) 만약 바꿔진 인생의 방향이나 성격이 지금까지 살아온 길보다 바람직하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 지금의 삶이 너무 지치고 힘들어 행복하지 않다면 내 삶의 터닝 포인트를 정해보자. 앞으로 1년 뒤, 5년 뒤 등을 터닝 포인트의 시기로 잡고 서서히 준비를 해보자. 앞으로 더욱 잘 살기 위해서, 더 많이 행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내 삶의 터닝 포인트를 놓치지 말아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태한 생활태도를 버리고 습관(만남, 버릇 등)들을 새롭게, 폭넓고 변화 있게 바꾸어야 하며 나 자신을 위한 투자(운동이든 공부든)를 열심히 해야 한다.
물론 작금의 사태에 만족하고 이만 하면 되었다 하는 사람들은 그 자리를 유지하며 그대로 살다 가면 된다. 내 인생 내 맘대로인데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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