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자전이란 말이 있다. 자식은 부모를 닮아간다는 뜻이다. 이는 선천적인 것 이외에도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생활습관이나 사고방식, 가치관 형성까지도 포함한다.
특히 부모의 경제관념과 생활태도는 자녀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를 어떻게 교육시키느냐에 따라 자녀가 성장한 후 개인 재정관리를 잘할 수 있는지, 부에 대한 가치관은 어떻게 형성될지 결정된다. 생활 속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올바른 경제 관념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릇된 경제관념을 심어줄 수 있는 말실수들을 점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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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다
자녀가 무엇을 사달라고 조를 때, 부모들은 "돈이 없다"는 말을 심심찮게 한다. 정말로 돈이 없을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자녀의 요구를 저지하기 위해 부모들이 취하는 가장 손쉬운 거짓말인 경우가 많다.
다 찢어진 유명상품의 청바지 등 학생신분에 적합치 않은 의상, 값비싼 장난감 등 사줘봤자 어차피 쓸모 없는 돈 낭비일 뿐이라는 생각 때문에 부모들은 돈이 없다고 둘러대기 쉽다. 이럴 때 부모는 "돈이 없다"는 표현보다는 확실한 이유를 들어 "사줄 수 없다"라고 의사표현을 똑바로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돈이 없다"는 얘기를 자주 하게 되면 자녀에게 자칫 가정경제의 형편에 대해 잘못된 오해를 심어줄 수 있고 이는 또 자녀에게 심리적인 위축감, 걱정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돈이 없다는 부모가 다른 물품을 구입하는 것을 보면 부모의 거짓말로 인한 신뢰성 상실, 부모에 대한 반발감을 낳을 수 있다.
■나중에 얘기하자
자녀와 돈에 관한 대화를 나누기 껄끄러워 "다음에 얘기하자"며 상황을 피하려는 경우가 있다. 때에 따라서는 나중에 얘기하는 것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는 `돈과 관련된 이야기는 부모와 대화할 수 없다’는 생각을 자녀에게 심어주게 된다.
또 대화를 미루는 행동이 습관적으로 반복될 경우 부모가 자신과 대화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부모의 진실성 없는 태도에 실망할 수 있다.
■성적에 따른 보상
부모들은 흔히 "이번 성적표에서 A학점을 받아오면 100달러를 주겠다." 또는 "원하는 것을 사주겠다"며 자녀에게 학습동기를 유발시키려고 일종의 뇌물급여 방식을 택하는 것은 건강한 교육 방법이 아니다.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자기만족과 성취감을 얻기 위함이지 결코 돈이나 물질적인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부모가 요구하는 목표를 달성해야 부모의 사랑을 얻고 돈이나 장난감 등을 얻게 되는 습관이 반복되면 성장해가면서 돈만 있으면 친구나 애인도 가까이 둘 수 있다는 생각을 쉽게 할 수 있다. 원하는 학점을 받지 못해 돈도, 부모의 사랑도 모두 얻지 못했다는 실패감은 자녀의 정서에도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물질은 죄악의 근본
물질에 대한 욕심이 죄악의 근본이라고 가르치다보면 오히려 자녀들은 재물에 대한 일종의 숭배감을 키울 수 있는 위험도 생긴다. 부모의 말처럼 재물을 너무 멀리해도 훗날 성장 후 자신의 개인 재정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물질=죄악’이라는 공식보다는 올바로 벌어 올바로 쓰는 방법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
■시간이 돈
`시간이 돈’이라는 말은 아주 흔하게 사용되는 명언. 하지만 시간은 시간일 뿐. 시간이 돈이라는 생각에 항상 조바심을 내며 일분일초도 그냥 있지 못하는 모습은 `모든 것은 돈으로 계산된다"는 생각을 자녀에게 심어줄 수 있다.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보도록 가르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금지된 질문
특히 어린 자녀들의 경우 별 생각 없이 "우리 집 부자야?" "아빠는 얼마를 벌어?" "옆집보다 우리가 더 돈이 많아?" 등등 돈과 관련한 질문을 물어 부모를 당혹케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질문의 속뜻은 사실 자녀가 자신의 생활이 얼마나 안정적인가를 묻는 것으로 부모가 나를 돌보는데 경제적으로 무리는 없는지, 자신이 제대로 경제적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인지 확인하는 차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두고 "그런 질문은 절대 하지 말라"며 나무라기보다 연령수준에 맞춰 질문에 맞는 대화를 자녀와 솔직하게 나누도록 한다.
■누구는 엄청 부자
자녀와 대화 도중 무의식적으로 "누구누구는 엄청 부자다. 징그럽게 돈이 많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부모가 많다. 이는 자녀에게 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자신이 축적한 재물과 부를 어떻게 누리며 사는 것이 올바르고 선한 것인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자녀 입장에서는 부모가 잘사는 사람들을 모두 같은 잣대로 가늠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남에게는 비밀
개인 및 가족의 사생활을 침해받지 않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우리 집에 돈이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부자인지, 부모가 얼마를 버는지에 대해 남들에게는 절대로 얘기하지 말라고 입 단속하는 것은 오히려 남을 절대 믿지 못하는 불신과 물질에 대한 과대망상 편집증을 낳을 수 있다. 불신은 갖지 않으면서 사생활은 보호할 수 있는 선에서 자녀에게 가족의 경제적 형편에 대해서만큼은 남에게 너무 자세히 얘기하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이 낫다.
■친구 사귀는 장난감
값비싼 장난감, 집안의 수영장, 컴퓨터 게임 등 아이들의 관심을 끄는 물건을 사주고는 "친구들과 같이 놀라고 사줬다"는 식의 발언은 자녀로 하여금 물질로 친구를 사귈 수 있다고 생각게 하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 자신이 무엇인가를 가졌기 때문에 친구들이 따르는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줄 뿐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
낙후한 지역 또는 평범한 중류층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비교해 자녀에게 "너는 저런 곳에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도 옳지 않다. 자녀에게 부자가 아닌 사람은 삶 자체가 비참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은연중 심어주게 된다.
이럴 때는 우범 지역의 높은 범죄율, 종이상자를 덮고 사는 노숙자에 대해 말해주는 것이 낫고 부와 행복을 연관지어 설명하지 않도록 한다. 아무리 어린 자녀라도 사랑이나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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