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재래적인 음주 풍습은 도수가 낮은 ‘양조주’(알콜 강도 15~16도 이하)밖에 만들 줄을 모르던 시대에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독한 ‘증류주’(25도 이상)를 많이 마시는 현대생활에는 적합하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그 습관을 그대로 이어왔기 때문에 음주가 문제시 되어온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의 술자리에서는 우선 많이 마시도록 되어 있습니다. 약한 술밖에 없던 시절에 생긴 습관인데 독한 술을 마시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상대에게 많이 마시게 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고 주연에서는 듬뿍 취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술잔을 교환하던가 돌리면서까지 서로 많이 마시게 하는 습관으로 발전되었습니다.
서양 사람들의 음주예절의 기본은 각자가 스스로 주량을 조절하면서 마신다는 것입니다. 취하기보다는 즐기기 위한 목적이 앞섭니다. 주연에서 남에게 술을 권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술 상대의 잔이 비어 있으면 더 마시지 않겠냐고 물어보기는 하지만 본인이 별로 생각이 없다면 더 이상 권하지 않습니다. 싫다는데 계속해서 권하는 것은 결례가 됩니다. 더욱이 마시던 잔을 남에게 주고 거기에 술을 부으면서 권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주연에서 우리는 자기 잔에 자기가 술을 붓지 않게 되어 있지만 서양 사람들은 자기 잔에 자기가 부어서 마시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습니다. 혹시 인접 손님에게 술을 부어주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그 일은 남자의 몫입니다. 여자는 남의 술잔에 술을 붓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공식정찬에서 포도주를 마실 때는 웨이터가 부어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매너입니다. 웨이터의 서비스가 없을 경우 각자 자기 잔에 따라도 무방합니다. 동석한 여자가 술을 원하면 옆자리의 남자가 부어주는 것이 인사입니다.
가정에서 손님을 초청을 할 경우는 첫 잔은 대개 주인이 손님에게 무엇을 마시겠냐고 물어보고 잔을 채워서 주지만 두잔째부터는 손님이 스스로 만들어서 마시는 것이 예의입니다.
서양 사람들은 술을 마실 때도 음식을 먹을 때나 마찬가지로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술을 들이키면 으레 ‘카아’하고 소리를 냅니다. 독한 술을 스트레이트로 마시기 때문에 구강에 남은 알콜 독기를 내뿜기 위해서 그러한 소리를 내야 되겠지만, 한잔 잘 마셨다는 제스처로도 그러한 소리를 일부러 냅니다. 풍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과 같이 서양 사람들은 자기 주량에 맞도록 자기 자신이 양을 조절하면서 마시게 되어 있고, 취하기보다는 즐기기 위해서 술을 마신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서양 사람들은 음주운전을 피하기 위해서 적정량을 마시도록 노력하며 서로 과음을 경계하는 관습이 있으니만치 주석에서는 그 점 언제나 유의하도록 하여 합니다. 술에 약한 사람은 아예 술을 입에 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책입니다. 서양 사람들은 주석에서 술을 안 마신다고 해서 결례라고 생각하는 일은 없습니다.
전유경
<‘홈스위트홈 리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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