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하더라도 누군가, 언젠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도전했습니다."
뉴욕 JFK 공항에서 최초로 한국의 김밥과 미역국, 콩나물국 등을 판매하는 ‘스프 앤드 김밥(Soup & Kim Bob·사장 이준석)’ 식당은 한국 음식을 외국인들에게 알리는 첨병이다.
공항에서 먹는 김밥과 우동, 라면. 김치 등은 뉴욕을 방문하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뿐아니라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인들에게 크게 호평받고 있다.그러나 맥도날드 등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점들이 ‘꽉 잡고’ 있는 미국의 공항에서 뉴욕 한인이 만든 한국음식점이 진출하기까지 그 준비기간과 어려움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스프 앤드 김밥’의 이준석 사장은 "건축 도면을 그린 종이값만해도 1만달러 이상이 들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스프 앤드 김밥’을 만들기 전 이 사장은 맨하탄 등에서 10년 이상 주로 먹는 장사에 종사했다. 델리와 야채, 피자, 베이글샵 등 요식 분야에서 열심히 일해왔다.
맨하탄 92가 인근에서 한달 렌트로 2만달러씩 지불해가며 델리업소를 운영해본 적도 있지만 결국 돈을 버는 사람은 랜드로드였다. 비즈니스가 잘 될 때는 상관없지만 경기가 좋지 않을 때에는 렌트와 인건비 부담이 결국 주인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매상 20%가 줄어들 경우 렌트와 인건비 지출은 똑같을 수 밖에 없고 결국 자기 수익이 20% 없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이후 부동산과 미국 건축회사에 투자를 하던 중 대한항공이 상주해있는 JFK 공항 제1터미
널에 한국음식을 판매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됐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로부터 "공항에서 먹을 것이 없다는 한국인 고객들의 불평을 많이 듣는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다.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은 맨하탄의 블록마다 일식집이 있지만 막상 스시보다는 마끼 종류가 더 잘팔리고 있다는 점과 한국인의 한국 음식 선호가 강하다는 점에 생각이 미쳤다.
이 사장은 "한인과 중국인 타운이 형성되는 가장 큰 이유가 결국 자신들의 고유 음식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 음식의 이미지가 좋아지고 있다는 점도 공항내 한국식당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하게 했다"고 말했다.
’온리 푸드(OnLee Food)’ 회사를 만든 뒤 공항을 관리하는 항만공사(PA)와 제1터미널측에 식당 오퍼를 넣고 과감하게 덤벼들었다.현재 알라스카 앵커리지 공항에서 우동을 판매하는 식당은 있지만 한인 및 한국인들이 많은
LA 지역에도 김밥을 판매하는 곳은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PA 등에서 원하는 기준은 첫째 식당을 개설하는 개인이나 회사의 재정적 능력이었고 두 번째는 공항의 이미지에 걸맞는 건축 수준이었다.터미널의 미관에 걸맞는 식당을 만들어야 하고 전기나 플러밍, 음식 재료 딜리버리 등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했다. PA의 승인을 받는데만도 1년이 걸렸다.
이 사장은 그 기간동안 "PA와 제1터미널의 각 부처 담당자 100명 이상은 거쳤을 것"이라며 9.11사태 등으로 중간에 포기할 생각도 했었다고 말했다.
’스프 앤드 김밥’의 부스를 만들기 위해 한국의 첨단 소재와 기법을 사용해 견고하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설계했다.
이 사장은 "음식과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빠른 시간안에 고객들에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식당의 외관 등 프리젠테이션(presentation)에서 눈에 띄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돈을 아끼지 않고 만들었다"고 말했다.
PA의 승인이 까다롭고 공사 비용 등이 많이 들었지만 렌트 부담은 맨하탄에서보다 적은 편이라고 한다. 이는 터미널측에서 수익에 따라 렌트를 책정하기 때문이다.
현재 제1터미널은 13개 항공사가 이용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일본항공(JAL). 루프트한자(Lufthansa), 에어 프랑스 등이 메이저 항공사이며 주로 유럽쪽의 항공사들이 연계돼 있다.
’스프 앤드 김밥’은 한국인 뿐아니라 유럽인들도 즐겨 찾는 식당이 되었다. 김밥 외에도 외국인 고객을 위해 샌드위치를 팔고 특수 대형 LCD 모니터를 통해 영어와 한국어, 일어, 불어 등 각국 언어로 메뉴를 표기하고 있다.
이 사장은 한국 음식에 대한 프라이드가 대단하다.
어떤 면에서는 세련된 업소 이름을 만들수도 있었지만 굳이 ‘김밥(Kim Bob)’을 집어넣었다.특허 등록을 한 이 김밥의 영문 표기는 미국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 사장은 "일본인들은 자기네 음식이 아닌 김치까지도 기무치로 만들려고 한다"며 "우리 음식을 외국인들에게 더욱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프 앤드 김밥’이 개장한 지 4개월이 지났다. 개장때부터 이라크 전쟁과 사스(SARS) 등으로 타격이 있었지만 이번 달부터 매출이 흑자로 돌아서기 시작했다.이 사장은 앞으로 식단을 더욱 다양화하고 싶어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인 비빔밥이나 만두국, 순두부 등의 식단을 조만간 도입할 계획이다.식당 경험이 없어 한인 식당과 연계하는 방안도 모색중이다.
미국인 및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식당을 운영하면서 식자재 부족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일본에서 만든 1회용 간장이나 후추가루, 고춧가루, 1회용 접시, 젓가락 등을 사용하고 있다.한국에서 생산된 식자재 제품들이 일본제품만큼 세분화되어 있지 않아 어쩔 수 없다고 아쉬워한다.이 사장은 "식당의 외형을 만든 건축 자재 및 기술은 모두 한국에서 가져왔는데 기본 식자재 부분에서는 어쩔 수 없이 다양하고 품질이 좋은 일본 제품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사장의 꿈은 ‘스프 앤드 김밥’을 체인점으로 만들어 미국의 주요 공항과 유럽 등에 진출하는 것이다. 음식은 국가의 이미지와 직결된다는 것이 이 사장의 지론이다.그는 "직접 공항 체인점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능력있는 한인들이 나선다면 적극 지원하겠다"며 "적어도 LA 브래들리공항과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의 공항에는 한국 식당이 하나씩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이 사장은 "한국음식을 한국인만 즐기게 할 수는 없다"며 "우리의 진출이 밑거름이 돼 한인들이 샤핑몰 등에 진출해 한국음식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기회가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김주찬 기자> jc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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