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숲 속을 누벼 밤에만 피는 반짝이는 별. 여름밤에 옛 선비들이 공부할 때 반짝이던 별…”.
여름밤을 환하게 수놓는 반딧불이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매우 신비하게 보인다. 반딧불이를 잡아 얇은 비단주머니에 놓고 그 불빛으로 책을 읽었다는 옛 이야기도 있다. 반딧불은 반딧불이의 꽁무니에서 반짝이는 빛으로 사랑의 신호이다. 수컷이 공중에서 날아다니며 빛을 내면 암컷은 수풀 속에서 마음에 든다는 표시로 깜빡이는 신호를 보내고. 그래서 소설가 춘원 이광수는 ‘반딧불이’를 “그리운 짝을 청하는 사랑의 등불”이라고 노래했나 보다.
이처럼 한여름을 황홀하게 수놓는 반딧불이의 불빛 사랑은 별빛이 흐르는 것같이 은은한 불빛의 리듬으로 한밤 사람의 심금을 울리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고향 같은 ‘반딧불이’
반딧불이는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흔히 우리는 반딧불이를 반딧불로 부른다. 하지만 ‘반딧불이’나 ‘반디’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한다. 반딧불은 반딧불이가 내는 불빛이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요즘에도 곤충자체로서 ‘반딧불‘과 짝을 찾는 불빛의 ‘반딧불‘은 혼용하여 사용된다.
현재 지구상의 생물 140만종 가운데 스스로 빛을 내는 유일한 야광곤충 ‘반딧불이’. 옛날 가난한 선비가 밤에 책을 읽을 때 불빛으로 이용했다는 반딧불. 어두운 밤길에서 나그네를 깜짝 놀라게 만들고 갖가지 전설을 낳게 했던 도깨비불의 정체도 바로 야광곤충인 반딧불이다.
반딧불이는 밤 8~9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다고 한다. 수컷과 암컷의 발광강도가 달라서 풀잎에 붙어 약하게 빛을 내는 것이 날개가 없는 암컷이고, 강한 빛을 내며 밤하늘을 S자 비슷한 형태로 날아다니는 것이 수컷. 수컷이나 암컷은 서로를 발견하면 더욱 강한 빛을 내며 접근한다. 아마 이같은 발광의 강약은 암수의 짝짓기 신호가 아닌가 싶다.
흔히 반딧불이를 개똥벌레라 칭한다. 이는 반딧불이 성충이 유기물이 포함된 수분을 흡수하기 위해 가축의 배설물로 모여든 것을 보고, 또는 과거에는 주변환경이 오염되지 않아 청정지역에서만 사는 반딧불이가 너무 흔해서 얻은 이름이라는 추측이다.
어제 막내딸과 집 앞에서 올해 처음으로 ‘반딧불이’를 만났다.
하늘에는 별들이 반짝이고 땅에는 많은 ‘반딧불‘이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반딧불이’는 꺼질락 말락 파르스름한 빛을 내며 한여름 밤을 수놓는 재주를 부리고 있었다. 콘크리트 숲, 형광등 불빛 아래 컴퓨터 화면만 보던 막내딸에게 ‘반딧불‘은 신비하게 다가왔다. 조그만 벌레만 보아도 무서워하던 막내 아이. 하얀 유리병에 수많은 반딧불이를 넣으면 책을 볼 수도 있다고 하자 고개를 갸웃거리던 막내 딸. 그리고는 이내 반딧불이를 잡는다고 신이 나서 이리저리 뛰어 다녔다.
반딧불을 쫓아다니는 동생을 바라보던 큰 아이도 합세했다. 하지만 반딧불이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모기들이 극성을 부
리자 반딧불이 잡기를 포기한 아이들은 ‘아빠, 진짜 반딧불로 책을 읽을 수 있어요?”라고 물었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아이들을 불러 마당에 앉혀놓고는 “아주 옛날에 가난한 선비가 호롱불에 지필 기름을 살 수 없어 반딧불이의 꽁무니에서 나는 반딧불로 책을 읽었다는 속담이 있다”고 얘기를 해주었다.
더불어 옛날 가난한 선비들이 학문을 할 때 마땅한 호롱불이 없어 반딧불이 여러 마리를 호박꽃에 담거나 봉지에 넣고 또는 하얀 눈빛을 이용 부단한 공부를 했다고 하여 온갖 고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끝없는 학문도야를 하는 사람이 성공했다는 형설지공(螢雪之功)의 고사성어를 들려주며 아빠의 짧은 지식(?)도 뽐냈다. 이어 “그러니 너희들도 책 많이 읽고,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며 잔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는 내일 다시 반딧불이를 함께 잡기로 약속하고 아이들과 함께 집으로 들어왔다. 모처럼 반딧불이로 인해 동네어귀를 내달리며 반딧불이를 찾아다니던 어린 시절 추억을 더듬어 볼 수 있었다. 또한 반딧불이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참으로 더욱 좋았다. 우리가 사는 뉴욕은 환경이 온전하기 때문에 반딧불이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집 앞에서, 아파트 인근 공원에서 또는 조금만 교외로 나가면 분명히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는 곳을 열거하는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왜냐면,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부족한 한인 가정에 반딧불이를 이야기 전령사로 추천하고 싶기 때문이다.
chye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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