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무당 ‘김금화의 대동굿’이 2003년 링컨센터 여름페스티벌에 초청된다는 기사가 나간 후 많은 분들이 티켓을 어떻게 하면 구할 수 있느냐는 전화를 해왔다. 완전 매진되었다는데 구할 방법이 없느냐? 혹시 티켓 구입후 사정이 생겨서 취소한 사람은 없느냐고 공연장 박스 오피스와 문화원으로도 문의가 쏟아졌다고 한다.
뉴욕 동포들의 우리 굿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지대했다. 과거 미신이라고 천대받던 굿에서 의식에 사용하는 기술이 우리 전통을 그대로 보여주는 민속예술로 인식이 바뀐 것이다. 요즘 한국에서 8개 종교 단체가 합동으로 모이는 어느 모임에서는 가톨릭, 성공회, 불교, 기독교계 지도자와 나란히 무속신앙 대표로 김금화씨가 참여한다고 한다.
자유당 초기 미신 타파의 절대적 대상이 된 무녀들이 명산을 찾아 숨어들고 박정희 정부시절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굿을 비롯한 모든 미신적 관습 타파 시절을 겪어야 했다. 이후 1981년 봄, 김금화씨가 제자로 삼는 무당 후보자를 위한 입문의식이 텔레비젼을 통해 전국에 방영될 정도로 그녀의 명성은 높아갔다. 15일밤 존제이 칼리지 극장 무대에 선 ‘김금화의 대동굿’은 관객 95%가 외국인이기도 했지만 신비한 동양 문화에 관중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하에 치러졌다.
화려한 깃발과 종이꽃, 신들의 초상화를 건 제단아래 굿거리에 따라 제복과 무구를 바꿔들고서 흥겨운 한판 굿을 벌였다. 높은 단 위에 물항아리, 쌀이든 나무시루, 그 위에 날이 시퍼런 작두를 놓고 김금화씨가 맨발로 서서 한바퀴 돌며 액운을 물리치고 복을 비는 작두거리에서는 무대위로 뛰어올라간 관중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 복을 빌었다.
의식 중간 중간에 떡과 술, 과일을 나눠주다가 뒷풀이 굿거리에서 무대위로 올라간 수십명의 관중들은 무녀들의 한복 저고리와 치마, 고깔, 전립을 빌려입고 쓰고 징 소리, 장고 소리에 어울려 한바탕 신명나는 춤을 추었다.
옛사람들이 만일 무당이 없었다면 힘든 세상살이로 인해 푹 푹 곪아터지는 속을 누구에게 가 풀었을까? 시집살이의 고충을, 자식의 성공을, 골병든 속을 시원하게 뚫어준 무당을 그래서 김금화씨는 ‘사람들의 힘든 사정을 들어주고 고통을 어루만져주는 정신상담가’로 비유했나보다.
오는 가을, 한인동포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추석대잔치가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한국 정상급 연예인들이 대거 참가해 이틀간 공연을 하며 행사 예산도 예년보다 많은 75만 달러가 소요될 예정이라 한다.
플러싱 메도우 코로나팍에 TV에서나 보아왔던 한국 연예인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세라 생기발랄한 한인 청소년들이 잔뜩 몰려들 것이다. 뉴욕 동포 수십만명이 몰려드는 이 역사 깊은 잔치에 젊은 층을 위해서는 한국 연예인을 초청하지만 어른들을 위해서는 어떤 놀이가 마련되어 있을까?
지금 대동굿과 같이 링컨센터 2003년 여름프로그램에 초청된 판소리 공연예술 무대가 맨하탄 한복판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 최고의 소리꾼들이 나와 홍보가, 수궁가, 심청가, 적벽가, 춘향가 등을 7일부터 오는 27일까지 들려주고 있다.
이처럼 한국 최고의 춤꾼과 소리꾼을 초청하여 공연도 보고 공연 후에는 관중들이 함께 어울려 춤을 추며 즐기는 놀이 마당을 꾸며보면 어떨까. 하다못해 남이 우리 것을 더 알아준 ‘김금화의 대동굿’을 넓은 메도우 코로나팍 한복판에서 한다고 해보자.
전세계를 순회하며 그 나라를 위한 굿을 하기로 유명한 그가 뉴욕동포사회의 평안과 생업이 잘되기를 기원하는 대동굿을 한다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지팡이 짚고 손자 손녀 부축 아래 몰려올 것이다. 우상 숭배라는 종교성을 따지기 이전에 굿을 이렇게 생각해보자.
김금화씨의 저서 <복은 나누고 한은 푸시게>에 나오는 “집안 굿을 해도 마을 굿처럼 마을 모든 사람들이 모여 울고 웃고 한데 어울렸다. 굿장에 모여든 아낙네들은 밤을 지새우면서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축하도 하고 위로도 했다고 한다”는 내용처럼 말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