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들어서니 분주한 여름 뒤에 오는 차분하고 정적인 느낌을 갖게 된다.
이맘때가 되면 누구나 발걸음이 바빠지면서 새로운 도약의 길을 저마다 힘차게 떠나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긴 방학을 마치고 학교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자녀들을 떠나 보내고 연중 마지막 수확을 위해 비즈니스로, 직장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때로는 가족과
떨어져야 하는 서운함도 있지만 다시 또 만난다는 희망과 기대 속에 새로운 항해를 시도한다.
9월은 모든 것이 다 살아나고 다시 시작하는 계절이다. 여름동안 침체됐던 비즈니스도 어둡고 긴 터널을 벗어나 모든 것이 활짝 피고 개는 그런 절기이다. 맑고 투명한 하늘아래 마음의 모든 찌꺼기와 때, 가슴에 남아있는 미움과 증오, 시기, 질투심을 다 없앨 수 있는 그런 9월이기를 희망한다. 가을은 무엇보다 수확의 계절로 성하(盛夏)에서 무르익은 것이 다 열매를 맺으면서 풍요로움을 느끼게 하는 계절이다. 여름 내내 정신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지내다 고요하고 잔잔하게 위대한 자연, 대지의 숨결을 느끼며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좋은 절기이기도 하다.
여름도 여름이지만 가을은 가을대로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계절이라 사람들은 특히 이 계절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나 가을하면 모든 열매를 거둬들이고 겨울을 대비해서 저장한다는 추수동장이 찾아와 마음은 초조하고 착잡해지기도 한다. 때문에 9월이 되면 저절로 을씨년스럽고 바쁘고 분주해지는 마음도 없지 않다. 쓸쓸하고 외롭다는 느낌과 더불어 ‘역시 여름이 좋았구나’ 하는 아쉬움과 그리운 심리도 찡하게 남아있다.
뜨거운 열기로 나무에 물이 오르고 나뭇잎이 왕성해지면서 꽃은 필대로 피어 아무리 짜증나는 무더위라 할지라도 여름은 역시 왕성한 계절이었음을 이 9월에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스며들어 냉기를 느끼게 되는 이맘때가 되면 누구나 ‘성하가 그립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그래선지 아쉬움 속에 맞는 가을은 더욱 더 우리들의 가슴속에 진하게 베어든다. 해마다 9월이면 으레 생각되는 것은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갈까’ ‘벌써 이 해도 다 갔구나’ 하는 초조함과 젊음에 대한 아쉬움이다.
‘9월 앞에서’란 제목의 시를 통해 정성수 시인은 이제 속눈썹 열고 제대로 볼 수 있을까 저 푸른 하늘 아래서 지난 여름날의 나는 무더위 속의 청맹과니였다/보고 싶다, 이 가을에는/ 나를 둘러싼 무수한 사물들의 숨어있는 몸짓을/ 한 장의 마른 낙엽이 되어/ 고요한 대지의 손길 위로 낙하할 때까지/ 마지막 침묵이 될 때 까지.../ 라고 노래했다.
풍요와 초조, 고독과 여유를 동반하는 이 가을을 우리는 어떻게 맞이하고 보내야 하나. 저마다 생각하고 느끼는 감정은 다를 것이다. 뜨거운 열기로 열매를 익혀 풍요롭게 만드는 대자연의 흐름같이 우리들도 마음의 그릇에 이 풍성한 가을의 정취를 담아보는 것은 어떨까. 오곡백화가 무르익듯 뿌리깊게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며 좋은 사람들과 같이 이야기도 하고,
한동안 바빠 못 보던 가족이나 친지, 친구,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도 한 통씩 띄워보내 인간관계의 정을 서로 다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랑이라는 것, 인연이라는 것, 만남이라는 것. 이런 것들을 마음속 깊이 이 가을에 생각해 보는 여유를 가져보자. 이런 것들은 하나 더하기, 하나 빼기 같은 수학공식이나 기계 혹은 과학에서 볼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아니다. 인간의 마음 저변에 깔려있는 본연의 아름다움 바로 그 자체이다.
그래서 ‘사람이 꽃보다 더 아름답다’는 말도 있다. 어느새 성큼 다가온
이 가을,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화해와 용서, 포용과 사랑으로 빈 가슴을 꽉 채우는 그런 계절이 되었으면 한다.
겸손함과 관대함의 상징인 코스모스가 들에 활짝 피는 이 가을에 새로운 만남, 그리고 인연, 사랑과 우정의 꽃을 활짝 피워보는 그런 풍요로움이 우리들에게도 찾아왔으면 좋겠다. 가을이 무르익는다 싶으면 얼마 후 곧 낙엽이 떨어질 것이다. 그 전에 빈 가슴을 따뜻하게 채우는 그런 노력이 우리들에게 있어야겠다. 각박한 이민생활에서 잠시나마 피곤하고 지친 심중을 달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마음의 문을 여는 그런 9월이기를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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