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칼럼
▶ 김명욱 <종교전문기자.목회학 박사>
사람이 사는 해는 모두 합해야 기껏 100년이다. 그러나 거북이는 300년을 산다. 그리고 큰 나무는 1,000년을 넘게 사는 것도 있다. 사람과 거북이와 나무보다 비교할 수 없으리만큼 더 오래 사는 것이 있다. 사람의 발치에 걸려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는 돌들이다. 돌들의 나이는 사람의 계산으로는 상상할 수 없다.
돌들의 지나온 나이와 앞으로 살 나이를 계산하는 것은 지구의 나이와 함께 계산해야 한다. 사람들의 발치에 이리저리 구르는 돌이지만 돌들도 살아 있다. 이렇게 무기물질이 살아있다고 보는 철학이 유기철학이다.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이 유기철학 중 하나며 이것을 신학에서 받아 들여 과정신학이 되었다.
지구도 살아있다. 생태계와 환경론자들이 주장하는 환경보존 근거 중 하나가 지구를 살아있는 한 생명체로 본다는데 있다. 지구가 살아있음엔 땅도 살아있고 하늘도 살아있고 우주가 살아있음이 포함된다. 이렇게 보면 우주도 한 생명체임을 알 수 있다. 사람의 눈과 사람 생각의 잣대로는 이런 이론이 불가능할 수 있다.
현미경으로 보면 사람의 몸 속에 있는 많은 미생물을 볼 수 있다. 사람의 몸은 이렇듯 미생물의 천국이다. 사람이 먹는 음식의 영양을 사람 몸 속의 미생물들이 함께 섭취해 공존공생해 감을 알 수 있다. 미생물 중에는 사람의 몸을 이롭게 하는 것이 있다. 또 해롭게 하는 것이 있다. 해롭게 하는 미생물이 득세할 때 생기는 것이 바로 병이다.
지구는 돈다. 돌아가는 지구는 엄청난 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그 소리를 듣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다. 사람이 갖고 있는 귀의 소리 듣는 기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미경으로는 사람 몸 속의 세포들은 볼 수 있다. 하지만 우주의 광대함을 망원경으로 다 그리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 사람이 이룩해 낸 문명은 사람이 만물의 영장임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으로 살아가는 혜택은 수없이 많다. 그 혜택 중에는 사람은 다른 동물을 식용으로 먹는 것에도 있다. 사람의 입을 통해 들어가는 수많은 종의 동물들은 그 수가 천문학적이다.
사람이 중심이 돼 있는 이 땅에서 사람은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한다. 사람을 이길 다른 종들은 아직 없다. 그 종에는 식물과 동물과 모든 것들이 포함된다. 식물과 동물은 유기질로 사람에게 먹힌다. 무기질은 무기질대로 사람을 위해 사용된다. 모든 것이 다 사람을 위해 사용되지 않는 것은 별로 없다.
유기철학에서 사물을 바라볼 때 모든 것은 살아 있다. 이 살아있음은 화학적으로 증명된다. 무기질 속에 흐르는 전자와 원자의 흐름과 운동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무기질은 움직이지 못하며 자생 능력이 없다. 자생 능력이 없는 무기질이지만 존재해 있음은 사람의 존재와 같다. 존재와 비 존재의 차원에서 볼 때 사람과 무기질인 돌의 차이는 없다.
사람에게는 죽음이 있다. 돌에는 죽음이 없다. 돌은 사람에게 아무런 가치도 부여받지 못한다. 그냥 발에 채일 뿐이다. 그렇지만 살아 있다. 이 땅에 존재한다는 그 존재 하나만으로 살아 있는 것이다. 사람은 죽어 무기질로 바뀐다. 무기질로 바뀌면 죽는 것이 아니다. 무기질로 살아간다. 돌처럼 살아가게 된다.
이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간주한다면 이 땅에 포함된 모든 것은 살아 있는 것이 된다. 죽어 있는 모든 것도 살아있는 게 된다. 지구를 살아있는 사람의 몸으로 비유하자. 몸 속에는 수많은 세포들이 있다. 이 세포들 중에 죽어있는 세포도 있다. 살아 있는 사람의 몸 속에 죽어 있는 세포가 있다고 그 사람을 죽었다고 말하진 않는다. 같은 이치다.
사람은 100년 산다. 거북이는 300년 산다. 큰 나무는 1,000년 넘게 산다. 돌은 땅과 함께 태어나 땅과 함께 죽는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도 언젠가는 사라진다. 무기질의 마지막은 이 지구가 없어지는 날이다. 보이는 것의 한계다. 보이지 않는 것의 한계는 한계가 없다. 비 존재이니까. 사람, 거북이, 나무, 돌은 한계적 삶을 갖고 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것들은 한계적 삶에서 벗어난다. 존재와 비 존재의 차이다. 하늘도 살아 있다. 우주도 살아 있다. 우주가 살아 있는 한 모든 죽음도 우주 안에서 살아있게 된다. 이것이 희망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