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민 와 사는 우리들은 이곳에서 자리잡으려고 얼마나 많은 애를 쓰는 지 스스로 잘 알고있다. 한푼이라도 아껴 자녀를 위해, 미래를 위해 쓰고자 절약하는 와중에도 고국에 가뭄이 들고 수해가 나면 성의를 다한 성금을 보낸다.
지금도 태풍 매미로 인해 고난을 겪고있는 고국 수재민에게 전할 의연금을 뉴욕 한인회가 주동이 되어 걷고 있고 뉴욕 동포들은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을 제치고 기꺼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고국에서 오는 사람들에게 그만한 대접을 받고 있는지 의문이다.지난주에 열린 추석민속대잔치는 그동안 1세들에게는 고국의 품에 있는 듯한 푸근함을, 2세들에게는 우리 고유의 전통을 알리고 전달하는 좋은 행사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에서 온 생기발랄한 연예인들이 대거 출연하며 1.5세나 2세들에게는 신나는 행사가 되었겠지만 1세들에게는 소 닭 보듯, 주빈이 아닌 손님이 되게 했고 범동포적 행사라기보다는 한국의 일개 방송사 촬영용이 되어버린 것 같다.
차라리 우리는 한 물(?) 간 가수라도 동포들의 향수를 달래주고 낯설고 물선 타국땅에서 고생한다고 빈말이라도 위로해주고 손 한번 잡아주는 가수가 낫다. 그동안 뉴욕을 다녀간 정치인, 고명한 예술가, 유명 연예인 공연을 보면 참으로 ‘동포가 봉인가?’ 하는 점이 없지 않았다.
수년 전에는 뉴욕에서 열리는 국제행사에 참석한 한국의 모 장관 수행기자로 온 친구가 있었다.그가 묵고있는 최고급 호텔은 그렇다치고 내 딴에는 뉴욕에 왔으니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한편 보게 해주어야지 하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나도 상당히 바쁘다) 티켓박스에 직접 가서 거금을 주고 표를 사 놓았다. 그랬더니 이미 한국에서 온 기자들 앞으로 그 공연 티켓을 무
더기로 사놓았다는 것이다. 현지 로칼 기자는 사진 한 장 찍는 것도 어렵고 한국에서 데리고 온 기자는 일하러 온 건지 관광을 시켜주려고 온 건지 잘 모를 정도였다.
또 한국의 유명 현대무용단이 맨하탄 공연을 왔을 때는 첫날 공연에 가보았더니 군무를 추는 무용수들이 다리를 힘있게 쭉 쭉 뻗어야 하는데 위로 올리는 다리가 덜덜 떨린다. 저러다 실수하면 어쩌나 불안했는데 아니나다를까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브로드웨이 구경이다, 샤핑이다 엄청 돌아다니며 기를 소진한 탓이란다.
또한 한국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중가수 콘서트가 뉴욕에서 종종 열린다. 초청가수가 시차 때문에 정신이 없다며 노래를 건성으로 하는 둥 마는 둥, 피곤이 안풀렸다며 관객에게 짜증을 부린 경우도 있다.
관객은 공짜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다.장소가 유명 연주홀이면 티켓값이 만만찮고 입장료가 없는 레스토랑인 경우 테이블 당 기본 식비 및 주류값을 내야한다.무대에 선 공연자가 미국에 유학 중인 아들 딸 만날 겸 저렴한 출연료에 승낙을 했건 한국에 비해 가기 쉬운 뉴욕에서 실컷 골프칠 겸 왔건 무대매너가 엉망이면 자신의 연주를 들으러 온 동포는 무슨 죄인가.
우리 돈은 돈이 아닌가. 새벽 일찍 가게 문 열어 종일 다리가 퉁퉁 부어가며, 생선 가시에 손 찔려가며, 종일 남의 발 닦느라 손이 마를 새 없이 물에 젖어서, 혹은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지역에서 장사를 하여 번 돈 아닌가.
두고온 고국이 생각나고 친구가 그리워 향수를 달래러 찾아간 자리인데 왜 업신여김을 당해야 하는가.물론 자신의 명성에 비해 초라한 무대에서 성실히, 너무 진지하게 노래하여 우리를 감동시킨 가수도 있고 혼신을 다해 노래하여 기립박수를 받은 성악가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뉴욕 동포 잔치에 우리가 찬밥이 되거나 아무리 푼돈이라도 우리 돈은 돈이 아닌 듯 취급되어서는 안될 것이다.동포는 결코 봉이 아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높이자. 내 돈 내고 눈치 보는 그런 자리에는 가지 말자. 내가 나를 스스로 대접할 줄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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