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도시 뉴욕의 맨하탄 심장부는 각종 퍼레이드 때문에 1년 열 두 달 주말이면 거의 교통이 마비되다시피 한다. 그런데도 당국에서는 이런 골치 아픈 퍼레이드를 허가해 왔다.
그것은 미국이란 나라가 다양한 인종으로 이루어진 국가여서 각국의 자존심이 걸려있는 퍼레이드 문화를 존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각 소수계는 퍼레이드를 통해 자국의 문화와 저력을 세계인에게 과시하기 위해 각양각색의 프로그램을 마련하느라 해마다 애를 쓴다.
다행히 이런 퍼레이드를 한인사회는 23년 전 이미 허가를 받았다. 매년 가을이면 어김없이 맨하탄 한복판에서 당당하게 우리의 문화를 세계인들에게 알리며 저력을 과시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 커뮤니티처럼 아무리 힘센 집단이라 할지라도 이 허가를 받아내지 못한다고 한다. 스케줄이 연중 내내 꽉 차 있는 데다 통행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소수민족으로서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알아주고 존중해야지만 남들로부터 같은 대접을 받게 된다. 이는 자존심이요, 자긍심의 문제이다. 자존심은 우리 스스로가 지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따지고 보면 다 그렇다. 스스로를 지키고(self respect) 존중하는 것(self esteem), 이것은 시위(demonstration)를 통해서 “나 여기 있노라”하고 과시하는 길밖에 없다. 코리안 퍼레이드는 바로 세계인이 보는 앞에서 “한국인이 나가노라” 하는 것을 알리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하고 공들여 해나가는 것이다.
한국인의 긍지를 살리기 위해 앞을 내다보며 일찍이 마련된 이 역사적 퍼레이드는 그동안 숱한 사람들로부터 방해공작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굴하지 아니하고 오로지 제 자리를 지키며 지금까지 묵묵히 그 사명을 다해왔다. 항간에서는 이에 대한 역사를 잘 모르는 것은 물론, 자존심도 없는 탓에 “왜 돈 들여 구질구질하게 비오는데 굳이 해야 되느냐”며 헛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긴 있다. 이들에게 이 퍼레이드가 한인사회의 자존심과 한국인의 긍지를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과시해 왔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말해주고 싶다.
한민족의 위세가 형편없었던 23년 전, “내가 여기 있노라” 하고 뉴욕한국일보가 혼자서 책임을 지고 이 문화적인 시위를 주도했다. 뉴욕 한인 이민사에서 퍼레이드야말로 자랑스런 과거인 동시에 더욱 지키고 번성시켜야할 미래이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이러한 역사를 모르고 퍼레이드를 할 때마다 왈가왈부하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초창기 미국사람들은 이 퍼레이드를 보고는 한국과 한인들을 달리 평가했다. 이 정도의 저력을 가진 나라와 민족이란 사실을 겨우 알게 됐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현대차가 세계를 휩쓸고, 한국 경제규모가 미국의 10번 째 파트너가 될 만큼 발전하자 자기네 것을 충분히 자랑할 만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인들은 추석대잔치, 음력설 잔치를 비롯한 퍼레이드를 하는 한인들을 보면서 아뿔싸! 땅을 치고 있다. 차이니스 뉴이어까지 루나 뉴이어로 바꿔 놓았으니 한국인의 자존심이 얼마나 대단하고 장한 일인가. 우리의 자존심을 우리가 지키고 찾아내고 발전시키면서 남에게 과시하는 일은 당연히 해야 될 일이다. 우리는 자존심이 어느 민족보다 강하고 죽어라 지키는 민족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존심을 지키려 들지 않으니까 스스로를 망가뜨리고 스스로의 위신을 추락시키는 것이다. 퍼레이드 참관 후 삼삼오오 쏟아져 들어온 미국인과 한인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장터로 몰리는 바람에 32가 코리아타운은 얼마나 선전이 되었는지. 이는 결과적으로 한인들의 문화를 알리고 위상을 드높이기에 충분했다.
이 일대의 터줏대감격인 김유봉 뉴욕곰탕하우스 대표는 “너무나 마음이 벅차다”며 “내년부터는 이 퍼레이드와 장터가 더욱 성대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이 일대 한인상인들을 중심, 조직을 만들어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자발적으로 제의했다.
장터에서 이날 김치, 깍두기를 먹은 미국인들조차 맵다는 소리를 못한다. 한인들이 보인 위력에 눌려 아야 소리 한 마디 못하고 그들은 모두가 “so delicious” 맛있다 소리만 연발했다. 이를 한번 생각해 보라. 얼마나 가슴 뿌듯한 일인가. 코리안 퍼레이드로 인해 얼마나 한인들의 자존심이 올라가는지 다시 한번 그 필요성과 중요성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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