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제품 시연회
2일 라스베가스 모터 스피드웨이. 기온은 94도에 불과(?)하지만 새롭게 포장한 아스팔트 도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열에 신발 바닥에서 고무 타는 냄새가 나는 듯 하다.
하지만 모터 레이싱 카인 마즈다 미아타에 오르자 그 때까지의 모든 것은 약과였다는 걸 깨달았다. 지열이 그대로 전달되는 바닥에 딱 붙은 좌석에 앉자 엉덩이는 뜨거운 난로에 붙은 것 같다.
부르릉∼! 고막이 찢어질 듯 굉음을 내뿜으며 출발한 차는 2, 3초만에 시속 20마일에 접어들더니 직선로를 이내 160마일로 질주한다. 급커브를 만나 속도를 줄이나 했지만 그래도 80마일. 울렁거리는 가슴을 쓸어안으며 얼마나 세게 손잡이를 잡았던지 트랙 세 바퀴를 도니 어깻죽지에서 비지땀이 흐른다.
’이 열기를 고무덩어리 타이어가 어찌 버텨낼까?’ 차에서 나오면서 의문은 곧 신기함으로 변했다. 차는 급제동을 했지만 바닥엔 자국 하나 남지 않았다. 고무가 탈 때 나는 퀴퀴한 냄새는 그 어디서도 맡을 수 없었다. 모터리스트 브라이언 아담스는 레이싱에서는 차와 타이어의 궁합이 정말 중요하다. 한국타이어는 레이싱에 필요한 견고성을 아주 잘 갖췄다”고 평가했다.
다음 장소에는 머세데스 C320과 BMW 330CI가 대기하고 있다. 그 순간 ‘설마 저런 고급 차에 한국 제품이…’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달려가 타이어 구석구석을 훑어보았다. 크게 찍힌 ‘벤터스’ 마크만 보였다. 두 ‘명마’를 몰고 나갔다. 계속 이어지는 45도에 가까운 급커브를 두 대는 미끄러짐 없이 핸들이 꺾이는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끽 하는 비명소리 하나 없이….
역시 외제 타이어라 좋군이라고 한마디 내뱉자 파퓰러 미케닉스의 조나단 그로머 기자가 그것도 한국산이야라고 바로잡는다. 내 귀와 눈이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한국 제품은 아직 이류’라는 잘못된 편견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레이 라부다 연구소 부사장은 포드의 수많은 테스트를 모두 통과한 품질이다며 벤터스는 고급 자동차를 아는 사람들이 먼저 찾는, 한국타이어가 내놓은 최고급 타이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옆에는 포드 머스탱 3대가 나란히 서 있다. 다른 회사 타이어가 끼어진 것만 빼곤 모든 조건이 똑같다. 일종의 블라인드 테스트. 맨 처음 오른 머스탱을 몰고 W자 코스를 도니 차와 타이어가 제 각각으로 움직인다. 한 쪽으로 차체가 쏠리는 현상도 심했다. 다음 두 차는 같은 코스에서도 움직임이 부드러웠다. 머리와 몸이 함께 움직이는 일체형. 내 품평에 운전 교관은 첫 번째는 굿이어, 그 다음 두 대는 한국타이어와 요코하마라고 일러주었다.
다음은 젖은 노면. 똑같은 셰볼레 블레이저 SUV에 다른 두 회사 타이어를 끼웠다. 운전 교관이 모는 차에 몸을 맡긴 채 뒷좌석에 앉았다. 활강형 코스를 돈 첫째 차는 미끄러운 길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 그 다음 차는 마치 격렬한 춤을 추듯 내 몸은 이리저리 뒹굴었다. 첫 차는 한국타이어, 다음 차는 토요로 움직였다.
마지막 오프로드 테스트. 한국타이어가 8월말부터 납품하기 시작한 포드 F-150에 올라탔다. 울퉁불퉁 험한 길을 희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달렸다. ‘포드는 이런 난코스를 헤치고 나갈 수 있는 튼튼한 타이어만을 골랐을 텐데’라는 생각에 이르자 마치 내 일인 듯 가슴이 뿌듯해졌다. ‘어떤 길에서도 강한 친구’를 만난 덕분일까? 그 날 하루가 짧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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