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에게 무엇 때문에 이민을 왔느냐고 물었을 때 흔히 자녀교육 때문이라는 대답을 한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 주류사회의 교육을 담당한 한인들이 있다. 초중고의 공립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이다. 뉴욕시내 공립학교에 근무하는 한인교사들은 줄잡아 120여명. 이들은 뉴욕한인교사회를 만들어 한인들의 교육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뉴욕한인교사회는 1992년 1월 창립했다. 당시 공립학교 교사들인 김혜순, 권현주, 이영자, 여봉순씨 등이 창립 멤버라고 한다. 뉴욕지역의 한인학생들이 미국의 교육제도와 사회에 순조롭게 적응하는데 도움을 주고 학교와 한인학부모들간의 교량 역할도 하고 한인들의 교육계 진출과 교사 자질 향상을 목적으로 출발한 단체이다. 현재 가입 회원은 50여명인데 아직 참
여하지 않은 1.5세와 2세 교사들을 참여시켜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한다.
이 한인교사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이정혜씨(49)는 한인 교사의 전형적 케이스라고 말할 수 있다. 경기여고와 이대 영문과를 나온 그는 1982년 남편, 딸과 함께 이민을 와서 뉴욕에 정착했다.
초창기에는 생업으로 그로서리를 경영하기도 했고 뉴욕외환은행에 근무한 적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한인 이민자들 처럼 그도 한인교회에 나가면서 봉사활동에 참가, 교회에서 어린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교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교회 한글학교에서 교사를 하다 보니 디렉터가 되었고 교사와 관련된 학업을 계속하여 LIU에서 ESL 교육 프로그램으로 석사학위를 했다. 그런데 그에게 하나의 전기가 생겼다. 어느 날 교회한글학교 교사로서 교사 강습회에 참석했을 때 여고와 대학 선배인 권현주씨가 발표자로 나왔는데 공립학교의 교사라고 소개하는 것이 아닌가.
한인이 미국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라는 말에 깜짝 놀란 그는 자신도 정식 교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교사회에서 실시하는 교사자격 취득 세미나에 가서 안내를 받아 각 과목 상식과 논문, 교육이론 등 시험을 치뤄 1994년 뉴욕 교사자격증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회장은 초등학교에 가기를 원했으나 그 해 10월 플러싱고교의 ESL 교사로 발령받아 4년간 근무했고 1988년 뉴타운고교의 ESL 교사로 전임,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뉴타운고교에는 이민학생만 1,800여명이고 ESL 교사가 한인교사 4명을 포함, 25명이나 된다. ESL반에는 주로 히스패닉계 학생이 많은데 이회장이 처음 교사로 부임했을 때는 이 학생들과 호흡이 맞지 않아 고충이 많았지만 1년쯤 지나면서 적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교사생활을 하면서 한인학생들에 대해 뿌듯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뉴타운고교의 경우 한인학생이 80명쯤 되며 이 가운데 이른바 한국의 조기유학 케이스도 적을 때는 2명, 많을 때는 5명 정도 되는데 흔히 생각하듯이 조기유학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과는 달리 열심히 공부하면서 학비를 대느라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까지 걱정하는
모범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또 이 학교에는 청소년센터가 학원 복음화를 위해 운영하는 크리스찬 클럽이 있는데 타민족 학생으로부터 놀림을 당하고 분을 이기지 못하던 학생이 이 크리스찬 클럽에서 기도를 하면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용서의 마음을 가질 때 참으로 대견스러웠다고 했다.그러나 학교생활을 통해 본 한인들의 모습에는 단점도 없지 않다는 것이 이회장의 말이다.
한인학생들이 코리안 클럽은 잘 하는데 학교 전체의 행사에는 잘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학부모들도 나쁜 생활 탓인지는 몰라도 학교 행사에 잘 참여하지 않아 참여도가 10% 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학부모들 중에는 영어로 의사 소통이 어려워서 학교를 기피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의 충고이다. 학교에서 통역과 번역 서비스를 해주기 때문이란다. 이밖에 자녀들에 대한 부모들의 이해 부족이 한인 자녀교육의 또 한 가지 문제라고 그는 지적했다.
이런 여건에서 뉴욕한인교사회는 한인학생들의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해 왔다. 우선 고교 졸업시험인 리전트 시험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미국 교육 3년 미만인 학생들은 한국어 시험과 한국어 에세이로 치룰 수 있게 했다.
뉴욕시 교육위원회와 뉴욕주 교육청에서 개최하는 공청회에 참석하여 한인학생들의 권익을 대변하기도 하고 학교의 정규시간 외에 한인학생들을 위한 코리안 클럽 지도, 전화상담을 하는가 하면 학생과 동료 교사들에게 한국을 바로 알리는 활동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부모를 위한 교육강좌도 매년 3~4회씩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무어니 해도 뉴욕한인교사회의 활동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한인들을 교직으로 안내하기 위한 홍보활동이다. 교사회는 매년 교사자격 취득을 안내하는 세미나를 개최하는데 다음번 세미나는 내년 1월 잠정 계획되어 있다고 한다. 그밖에 현직 한인교사들의 자질을 높이기 위해 자체 연수 프로그램도 가지고 있다.
지난 8월 뉴욕한인교사회의 회장이 된 이회장은 이 교사회를 통해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학교와 한인학생, 학부모간의 교량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한인 1.5세와 2세들을 더 많이 교직에 진출시키고 싶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스페인어나 프랑스어처럼 한국어를 공립학교의 정규과목으로 채택되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회장이 바라는 일이 또 한 가지가 있다. 지금도 한국총영사관의 국제교육연구원이 한인교사회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한국의 교육자들과 유대관계를 맺어 공교육의 학습전달 방법 등을 나누면서 한국의 교육계에
도 기여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망이라고 했다.
<이기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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