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언론의 대표다. 언론은 칼이다. 그리고 매스다. 그래서 그 칼날이 무뎌지면 쇳덩이로 변한다. 언론을 대하는 사람들의 시각은 참 다양하다. 그리고 바람도 제 각각이다. 신문의 기능이 자신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자신들의 정보나 기분 좋게 실어주는 그런 것으로 아는 교민들이 가끔 있다. 신문이 단지 있는 사실을 알리는 기능이나 광고만 다룬다면 그 언론은 무디어진 날로 쇠 덩이로 변해버린 칼이다. 언론이 제 할 일을 다 하지 못할 때 그 사회는 아주 크게 병들거나 죽는다.
지금의 4, 50대, 특히 이민한지 10, 20년 된 기성세대에 있어서 신문은 ‘알리는 기능’ 이상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유가 있다. 1980년, 비상계엄령이 온 나라에 울려 퍼지던 그때, 당시 나는 대학의 학보사에서 칼질 당한 신문을 내어야 했고, 타임, 뉴스위크지의 중요한 자리는 다 잘려져 나가거나 검은 매직펜으로 칠해져 있었다. 신 군부 집권세력에 의해 한국언론계에 가해진 강압적인 개편. 그것을 우리는 잊을 수 없다. 언론이 제 할말을 못하고 정치의 시녀 노릇을 하고 있을 때 우리의 귀, 입이 다 막혔고 심지어는 사회를 바로 보는 눈까지도 다 막혀버렸다. 그렇게 20년 이상 흐른 지금, 우리는 무엇이 바로 보고 아는 것인지를 판단할 수 없을 만큼 모든 감각이 모조리 마비되어 버렸다. 정치에 대한 관심도 사라졌지만, 나라가 어떤 시국에 처해있는지도 알지 못하는 불감증에 빠져버렸다. 북한 정권이 파는 땅굴에 의해 온 나라의 땅 밑이 개미집처럼 되어버려도 관심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이민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먼저는 바른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이다. 기사면 기사, 광고면 광고를 통해 바른 내용을 사회에 알린다. 또한 날카로운 매스의 역할이다. 썩어 가는 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언론은 바르게 지적해야 하고, 우리는 그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시정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자가 사건을 보는 눈이 정확해야 하고 분석하는 힘이 확실해야 하며, 그 사건과 관련한 사실을 뿌리부터 캐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을 때 기자는 ‘기자’가 아니라 ‘시녀’다.
이민사회의 언론은 이제 매스의 예리한 칼날을 다시 세워야 한다. 그 칼날을 세우는 것은 언론사와 독자들이다. 언론사는 그 기자가 마음껏 그 사건을 캐고 분석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예리한 취재진과 필진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가 하면, 독자는 독자대로 언론이 힘있는 날카로운 매스의 기능을 다하도록 도와야 한다. 내 생각과는 다른 해석이 나오거나 내 기분을 상하게 하는 기사가 나오더라도 바른 생각이라면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날카롭고 예리한 기자들의 기사와 폭넓게 수용하는 독자들의 넒은 마음이 어우러질 때 이민사회의 언론은 제 힘을 다할 것이다. 아!, 신문에서 매스의 칼날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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