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구 이놈의 할망구 늙을 수록 잔소리만 늘어가네.”은퇴하고 집에서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 질수록 부딪히는 일은 잦아질 수 밖에 없다. 여간 입심좋은 사람도 수염 안나는 마나님과 입씨름에서 이긴다는 건 일찍 포기할 수록 신상에 이롭다. 아직도 전근대적인 폭군이 없는건 아니지만 만인의 남성들로부터 추앙(?)받을 그런 인재가 과연 몇이나 되랴?

몇주전 CBS 주말 아침 로컬 프로그램에 출연한 두 백인남성의 희한한 모습은 상당기간 기억에서 사라지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각각 결혼한지 23년과 33년이 되었다는 그들은 말끔한 양복에 타이를 매고는 머리에는 군인들 전투용 핼멧을 쓰고나와 아침 앵커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Married To Mommy’-우리말로 억지로 옮기자면 ‘엄마와의 결혼’ 정도나 될까 싶은 다소 엽기적인 이말들은 그 두사람이 같이 쓴 책의 타이틀이다 아직도 무슨말인가 싶은 분들이 계시겠지만 연애시절의 황홀하기만 하고 항상 감싸주고 싶었던 여린 애인이 결혼하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점점 주도권을 틀어쥐며 남편을 아들 다루는 엄마처럼 변해가는 과정을 그렸으며 매 위기마다 어떻게 대처하며 슬기롭게 빠져나가야 하는가를 남성들에게 제시하는지침서라고 저자인 본인들이 부르짖는다.

젊은이들 결혼식장에 가면 흔히듣는 주례선생님들의 말씀-결혼생활은 항해하는 것 같아서 잔잔한 물결을 가르며 순항도 하지만 폭풍도 만나 좌초도 하고 때로는 난파선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기쁠때나 괴로울때나 강건할 때나 아플때나 부유할 때나 가난할 때나 일편단심으로 복종하고 사랑하라.
이건 주례서는 분들이 성인이어서 하는 말씀이 아니다. 거의가 본인들의
경험담들이다. 자타가 인정하는 좋은 말씀들이지만 성인도 아닌 평민들이 그걸 어떻게 지킬 수 있겠느냐 말이다. 폭풍이 불어치면 배위에선 난리가 난다.

한쪽에선 어서 빨리 육지로 가야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선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반대한다. 그리고 기쁠때는 서로가 ‘호호 하하’로 ‘엔돌핀’ 마구 생산하며 도끼 자루 썩는지 모르는 신선놀음을 하고 괴로울땐 서로 위로도 하겠지만 대부분의 중생들은 ‘네탓이로 소이다’로 비생산적-아니 사실은 파괴적-인 전투로 돌입할 것이다. 건강할 때야 매사에 힘이 넘쳐 긍정적인 삶이 계속되겠지만 한쪽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얼마동안은 성심껏 돌보겠지만 이게 시간이 길어져 하세월이 되어가면 마음에 동요가 오게 되는 것이다. 물론 심해서 세상 떠나는 경우라도 끝까지 병간호야 하겠지만 완전한 정성으로만 일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부유할때와 가난할 때의 차이는 현대인들의 천국과 지옥을 가르는 차이가 되고 말았다. 연애시절에야 라면 몇봉지만 있으면 세상에 두려울게 없었지만-이것도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아니네요- 살아가며 여인들이 경제에 눈을 뜨면 사정이 돌변한다.

사랑이 밥먹여 줘?
결혼후 부인이 남편의 취향엔 관계없이 남편의 옷을 자기 마음대로 사다가 입히기 시작하면 그게 부인이 엄마가 되어가는 징조의 제일 뚜렷한 초기 증상이라는 책쓴이들의 주장이고 보면 젊은 남성이여 신혼때 정신 바짝 차리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