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아무리 최고의 명성을 지닌 오페라 가수라도 관객들에게는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매 공연 때마다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오랫동안 무대를 지킬 수 있습니다.
소프라노 홍혜경씨가 세계적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프리마돈나 자리를 20여년째 지켜오며 냉엄한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피나는 노력과 철저한 자기 관리의 결과였다.
홍혜경씨는 오페라 가수는 뛰어난 목소리, 카리스마, 연기력 뿐 아니라 동료 오페라 가수와의 완벽한 호흡 등 모든 면에서 골고루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은퇴하면 목소리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평범한 생활을 하고 싶다고 토로하는 그의 말 속에서 그동안 목소리 관리를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해왔는 지 느낄 수 있다.
내년 1월이면 메트 오페라 데뷔 20년을 맞이하는 그는 지난 1984년 제임스 레바인이 지휘한 모차르트 오페라 ‘티토 왕의 자비’에서 세르빌리아 역으로 꿈의 무대인 메트 오페라에 진출한 첫 번째 동양인 가수가 됐고 이후 ‘이오도메오’의 리아역, ‘줄리어 시저’의 클레오파트라, ‘투란도트’의 리우, ‘리골레타’의 길다, 라보엠의 ‘미미’, ‘피가로의 결혼’의 백작부인
역 등 수 많은 주역을 해내며 프리마돈나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플라시도 도밍고 등과 함께 공연했고 매해 주요 메트 오페라 작품의 주역을 맡으며 미 언론과 비평가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아왔다.특히 그는 매 시즌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 공연에서 비련의 여주인공 미미 역을 훌륭히 해내 ‘미미는 홍혜경’이란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그의 기품 있고 우아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그의 공연을 빠짐없이 관람하는 홍혜경 매니아들이 생겨났을 정도이다.
그러나 그에게도 단역시절이 있었다. 피가로의 결혼서 생애 가장 짧았던 단역인 바르바리나역을 시작으로 백작부인의 하녀인 수잔나역을 거쳐 우아한 백작부인역을 맡기까지 2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올 시즌 메트오페라 공연에서 ‘라보엠’과 ‘피가로의 결혼’, ‘돈조바니’ 등 세 작품에 주역을 맡은 그는 지난 3일 라보엠 공연을 마치고 19일부터 ‘피가로의 결혼’의 백작부인 역을 맡고 있다.
자신이 걸어온 인생을 느끼게 해주는 이 작품에 더욱 애착을 느낀다는 그는 리허설 때부터 백작부인역에 푹 빠져, 살고 있다. 12월6일까지(11월 26일, 29일, 12월2일과 6일) 4차례 공연을 남겨 둔 그의 출연작 ‘피가로의 결혼’은 거의 4시간을 공연하는 대작으로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 전혀 지루하지 않다고.
이 공연이 끝나면 내년 1월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서 리우역으로 오페라 ‘투란도트’를 공연하고 내년 3월부터 다시 메트오페라 무대로 돌아와 호색 귀족 돈조바니의 유혹을 받는 시골처녀 체리나 역으로 모차르트의 희가극 ‘돈조바니’ 무대에 선다.
이어 플라시도 도밍고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워싱턴 오페라가 내년 5월 케네디 센터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할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에서 여주인공 비올레타로 출연한다.
또한 내년 6월 세종문화회관에서 메트오페라 가수들과 함께 노래하는 ‘메트스타’ 공연을 가진 뒤 2005∼2006년 시즌 영국 오페라단 ‘커븐 가든’이 한국 무대에 올리는 ‘라보엠’ 공연에서 메트 단원인 리차드 리치와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바쁜 공연 일정에도 불구 세 아이의 엄마로서, 주부로서, 성공한 오페라 가수로서 1인 3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고 있는 홍혜경씨는 가족들의 희생 없이는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없었다고 가족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며 언젠가 오페라 무대를 떠나게 된다면 앞으로 남은 여생 재능 있는 성악가들을 지도하며 무대 경험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진혜 기자> jhkim@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