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개봉 영화 ‘딥임팩트’는 혜성 하나가 지구로 돌진하면서 벌어진 위기를 다뤘다. 영화에선 지름 11㎞에 달하는 대형 혜성이 시시각각 지구로 다가오고, 모두는 마지막을 준비한다. 멸종을 피할 기회는 혜성에 외력을 가해 궤도를 바꾸는 것뿐. 마침내 주인공들은 우주선을 타고 혜성으로 날아가 내부를 폭파하는 데 성공한다. 혜성은 일부 부서져 흩어지고 잔해는 경로를 바꿔 지구를 피해 갔다. 머리 위 수없이 오가는 천체가 언제라도 지구 멸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상상. 이는 영화에서만 가능한 일일까.
■현대 과학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당면 위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준도 못 된다. 태양계만 보더라도 소행성은 최소 수억 개에 달하고, 대략 태양으로부터 1광년 떨어진 오르트 구름에서 생성되는 혜성은 관측된 것만 수천 개라고 한다. 지난해 말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지구 충돌 시 도시 하나를 날릴 파괴력을 지닌 소행성은 2만5,000개에 이르는데 이 중 절반만 위치가 파악됐다. 이 정도면 지구는 빗발치는 총탄세례 속에서 생존하고 있는 셈이다.
■2024년 발견된 직경 50m(추정) 소행성 ‘2024YR4’는 당시 지구 궤도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지구 충돌 확률은 3.1%까지로 계측됐는데, 이는 사례를 찾기 힘든 토리노 척도 3등급(광역적 피해 우려 수준)에 해당한다. 그러나 충돌 예상 시점이 2032년으로 알려졌던 이 소행성은 얼마 후 사실상 ‘위험도 0%’로 돌변했다. 분명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지만, 이유는 아직 분명치 않아 꺼림칙하다.
■최근 이러한 천체 위기를 적극 방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022년 미 항공우주국이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우주선을 충돌시켰는데, 이 천체 공전 궤도가 바뀐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이는 인공 물체가 천체 경로에 영향을 미친 첫 사례다. 미래 어느 날 다가올지 모를 지구 멸망 위기를 벗어나게 할 단초가 마련됐다는 의미다. 세계가 서로를 죽이는 전쟁에 집착하는 대신, 힘을 모아 맞서야 할 위기는 단지 소행성 충돌만은 아닐 것이다.
<양홍주 / 한국일보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