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선생님께,
어느덧 한해가 또 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가는 속도는 나이대로 라고, 50대엔 50마일로 60대엔 60마일로 빨라지는 거라고 말씀하시며 특유의 그 너털웃음을 웃으시던 선생님 생각이 오늘은 부쩍 더 나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 잠깐 뵈었을 때 갑자기 많이 늙으신 듯도 하고 사업의 어려움을 토로하시면서 깊게 담배를 한 모금하시던 모습도 잊혀지지를 않아 연락드리려고 했었는데 결국 천성인 게으름 탓에 이제야 펜을 듭니다. 얼마 전에 안타깝게 세상을 뜨신 J선생님 때문에 꼭 드릴 말씀이 있거든요.
제가 이쪽으로 이사를 했을 때 J선생님은 이미 병석에 계신 후이시라 한번도 직접 뵌 적이 없지만 볼티모어-워싱턴 한인 사회에서는 전설적인 인물로 자신을 돌보지 않고 봉사를 하시던 분이시라, 그 분의 장례식에는 조문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고 하더군요. 60대 초반에 중풍으로 사망이라면 너무 안타깝지 않은가요? 저는 K선생님을 J선생님처럼 그렇게 안타깝고 허망하게 일찍 이별하는 상상을 하기 어렵습니다. 아니 이제 우리 한인사회에서는 또다시 그렇게 아까운 분들을 60대 초반쯤에 중풍으로 잃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한 분의 아버님 어버님도 충분히 예방가능했던 일로 험한 일을 당하게 하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인명은 재천이라고는 하지만 마지막 가시는 길 그렇게 고생스럽게 보낸다는 일은 참으로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늘상 자신보다는 가족과 이웃을 먼저 생각하시고 자신에게 드는 돈은 몹시 아끼면서 두 아드님을 번듯하게 기르시는 K선생님. 제가 정기 진찰 받으시라던가 담배를 끊으시라던가 하고 시시콜콜한 잔소리라도 할라치면 김선생, 인명은 재천이야. 사람나면 늙게 되어있는 거고 늙으면 병드는 거고 병나면 가는 거고... 또 사람이 한번 태어나면 한번 죽어야 하는 일이거늘 노인네가 안죽으려고 바둥거리는 것 추한 일이야. 이렇게 철학적인 말씀으로 늘 저를 제어하시던 K선생님.
K선생님, 새해에는 저하고 두가지 약속을 꼭 해주세요. 지병이신 고혈압은 꼭 치료하셔야 합니다. 언제든 저희 코리안리소스센터에 들려주셔요. 일전에도 뵌 적이 있는 우리 간호사 선생님들이 혈압관리에 필요한 지침을 친절하게 알려주실거예요. 그리고 이제 그 오랜 친구이셨던 선생님의 담배와도 헤어지세요.
우리 한국분들은 그렇지않아도 뇌혈관이 약하여 중풍을 맞는 율이 다른 인종보다 높다는데 거기에다 담배까지 하시면 혈관벽 손상이 더욱 심해진답니다.
K선생님, 개인적이고 간곡한 편지를 꼭 지상을 빌어 싣는 무례를 용서하세요. 하지만 우리 한인사회의 대들보이신 수많은 어머님 아버님들께도 제 부탁을 더불어 드리고자 이렇게 결례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한인분 중에도, 새해에 금연을 결심하셔서 그룹으로 함께하는 금연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시거나, 고혈압 관리 교육프로그램에 등록하셔서 건강한 한인사회를 만드는데 동참하실 분들은 코리안리소스센터로 (410.203.1111) 연락주십시오 건강하고 복된 새해를 맞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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