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의예지(仁義禮智)
가슴에 안고
북가주에 살어리랏다
한인사회의 대표적 문인 이재상씨-. 굵은 비가 쏟아지던 지난 2일 오후, 손수 트력을 몰고 캐스트로밸리에서 오클랜드까지 달려온 그는 노란 봉투 하나를 건네주고는 다시 빗속을 뚫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속에는 손수 자판을 두들겨 만든 자료와 묵은 앨범에서 찾아낸 사진 몇장이 들어 있었다. 신문지상을 통해 20년 넘게 발표해온 칼럼이며 수필도 e메일 클릭 한번으로 간편하게 보내오는 그가 빗길 고행을 마다 않게 만든 자력은 무엇일까.
미주한인 상공인 총연합회 이사장·산호세 한글학교 이사장 등을 지낸 조성도씨-. 예정에 없는 취재전화를 받은 그는 때마침 차를 몰고 하이웨이를 달리는 중이었다. 자신에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이거 운전중이라 좀…이라고 빼던 그는 이내 ‘자랑스런 동문들’로 말꼬리를 돌리자 받아쓰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은 말을 쏟아냈다. 나중에 통화하자던 그가 핸들을 붙잡은 채 20분 가까이 열변을 토해내게 만든 힘은 무엇일까.
무역업을 하는 남명우씨-. 전직 회장들이 그렇게 열성인 마당에 현직 회장인 그가 잠자코 있을 리 없었다. 시간을 분단위로 쪼개 써야 할 정도인 그는 여러차례 시도끝에 간신히 통화가 이뤄지자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전화로 팩스로 자료를 보내줬다. 그것으로도 모자랐는지 이튿날 보충자료까지 만들어 또 보내줬다. 별로 한 일이 없어 선배님들께 송구스럽고 드릴 말씀도 없다던 그가 본업을 제쳐두고 그토록 열성을 보이게 만든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게 바로 성균관대, 성균관인 아니겠습니까.
이재상 수필가가 전해준 자료는 인의예지(仁義禮智) 건학이념부터 북가주 성균관대 동문회의 발자취까지 아우른 것이었고, 조성도 전 회장의 열변은 박승열 새크라멘토 한인회장 등 고참동문부터 옹경일 무용가 등 신참동문에 이르기까지 자랑스런 성균관인들에 관한 것이었으며, 남 회장의 전송자료도 산호세·서니베일 지역에 전자과 동문 엔지니어들이 맹활약을 하고 있다는 등 역시 성균관인으로서의 자부심이 가득한 것들이었다.
지난 75년 최중열(초대회장·55학번) 동문을 주축으로 북가주에 처음 뿌리를 내린 성균관대 동문회는 80년대 초까지 매달 한차례 이상 모여 새로 이민온 후배들의 정착을 도와주는가 하면 80년대 이후에는 월례 부부동반 골프모임을 통해 끈끈한 우정과 모교사랑을 실천해오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총장·이사장·총동창회장단을 초청한 가운데 북미주 연합 총동문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몇사람의 사랑방 모임에서 100명에 육박하는 큰모임으로 성장한 북가주 성균관대 동문회의 기쁨뉴스는 또 있다. 99년 의과대 설립 등 원대한 발전 청사진들이 속속 실현됨에 따라 성균관대 각 학과가 한국내 정상권으로 올라서고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학으로 발돋움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북가주 동문회는 자랑에 그치지 않고 올해 해야 할 일을 잔뜩 쌓아두고 있다. 그렇찮아도 돈독한 동문들간 유대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동문 유학생들의 장학사업을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남 회장은 이를 위한 구체적 실천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오는 7일 1차 모임을 가질 예정이라고 귀띔한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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