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등 난치병 치료 길 열려…황우석·문신용교수팀 美와 공동개가

한ㆍ미 공동 연구진이 사람의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인간 배아(胚芽) 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쥐나 토끼의 난자에 사람의 체세포를 주입하는 ‘이종(異種)간 핵이식’을 통해 줄기세포를 만들어 특정 세포로 분화시키기는 했지만 사람의 난자에 체세포를 주입해 신경세포로 분화시킨 것은 세계 처음이다.

이에 따라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로 파킨슨병과 뇌졸중 치매 등 뇌질환, 당뇨병, 심장병 등의 난치병을 고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하지만 인간의 난자를 임상시험에 이용한 점과 복제 배아를 자궁에 착상하면 바로 인간복제가 된다는 점 때문에 윤리성 논란이 재연될 전망이다.

서울대 황우석(黃禹錫ㆍ수의학과)ㆍ문신용(文信容ㆍ산부인과) 교수팀은 12일 “미국 미시간대 시벨리 교수팀과 공동으로 체세포를 복제한 배아를 이용, 인간배아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만들어 제반기술과 복제된 인간배아줄기세포에 대해 국제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13일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사이언스’인터판 13일자에 게재된다.

연구팀은 한양대 임상시험윤리위원회에서 승인을 받아 10여명의 자발적 난자 공여자로부터 모두 242개의 정상 난자를 얻었다. 연구팀은 이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난자 제공자와 같은 사람의 체세포를 난자에 주입, 핵이식 난자를 만들어 전기자극을 통해 세포융합을 유도했으며 최종적으로 1개의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

사이언스지 편집장인 도널드 케네디 박사는 “한미 공동연구진의 놀라운 성공은 동물 복제에 적용하는 체세포 복제기술을 치료용 인간줄기세포 수립에 원용함으로써 가능했다”며 “세계적인 연구업적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황 교수팀은 “이번 연구성과를 사이언스측과 협의, 13일 오전 4시 양국에서 공동발표키로 했는데, 한 국내언론이 이 같은 엠바고(보도제한) 약속을 깨 한국과학계의 국제적 위신이 추락하게 됐다”는 입장을 밝혀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