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하와이 한인회가 주최한 ‘한인회와 광고주와의 만남’은 하와이 한인동포사회의 현주소와 한인회의 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바로미터였다. 이번 행사는 한인회 사상 처음으로 기획되고 마련된 모임이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기대이하의 저조한 참석율과 매끄럽지 못한 진행으로 진한 아쉬움을 남긴 행사였다.
한인회는 이번 광고주 공청회를 통해 한인단체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고 있는 재정의 투명성과 운영의 공정성을 담보로 이전의 한인회와는 다르다는 차별성을 부각시키고자 노력했다.
또한 이를통해 한인사회의 확고한 지지를 얻는 동시에 한인업소록 발행부수 감소에 대해서는 정공법인 광고주들과의 직접적인 대면을 통한 설득과 양해로 하루빨리 한인업소록을 둘러싼 세간의 시비여론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로 삼고자 했었다.
이에더해 한인회는 이번 공청회의 성공을 바탕으로 그 여세를 몰아 한인회 후원의 밤, 노인회 통합문제, 각단체장 연석모임 등 앞으로 계획한 사업에 탄력을 주어 한인회에 대한 그간의 불신과 오해를 불식시키고 명실상부 한인사회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할 절호의 기회로도 이용하고자 했었다. 또한 대다수 광고주들이 내심 바라고 있는 한인록 단일화 문제를 조금은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직접 나서기 보다는 공청회를 통한 광고주들의 의견수렴 결과라는 명분으로, 이후 한인록 단일화에 대한 헤게모니를 행사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의미도 있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결과는 예상을 크게 빗나갔다는 것이 취재기자가 보는 견해이다. 게다가 어느정도 예상된 결과였다는데 사실 문제의 심각성이 더 있다고 생각한다. 한인회의 이번 광고주 공청회 개최는 성패를 떠나 시의적절했고 나름대로의 성과가 없었던건 아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한인회 관계자들이 이번 공청회를 다시 거듭나는 철저한 자성의 계기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종전의 현실인식을 고수하며 대안없는 즉흥적인 사업을 지속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 앞으로의 한인회 운영 성패를 가늠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주지하다시피 하와이 한인회는 지난해 전(前) 한인회에 대한 한인사회의 거센 불신과 분노의 대열에 어느정도 편승해 우여곡절끝에 태어난 만신창이 한인회였다. 그래서 한인회를 바라보는 동포들의 바램과 기대는 그 어느때 보다 컸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한인회의 모습은 어떤가. 한인회의 모든 임원들이 힘과 뜻을 합쳐도 힘든 판국에 1년도 안돼 벌써 내부적으로 분열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한인록 발행부수 감소에 대한 견해 차이가 시발점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사실은 한인회라는 단체의 정체성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부족과 이제 한인사회가 한인회를 인정해 주었다는 ‘자가당착’에서 표출된 긴장 풀린 자만심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노자의 도덕경에 보면 상선약수(上善若水)란 말이 있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라는 뜻으로 겸손하고 다툼없는 물의 상징성을 강조할 때 자주 인용되는 문구이다. 한인회는 하와이 한인사회에 꼭 필요한 물과 같은 존재이다. 그래서 바라는 것도 원하는 것도 많은 탓에 조금만 잘못해도 더 심하게 쓴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한인회 출입기자의 입장에서 물처럼 늘 낮은 대로 흐르며 주변지형과 다툼없이 잘 어울려 흐르는 한인회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을 전하고 싶다.
정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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