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젯블루’ 등 모든좌석에 위성TV
최신영화도 서비스 자리마다 설치된
재미있는 오락기기 아내는 퀴즈 풀고
아이는 DVD 감상


수십년간 한결같이 짧은 구간에서는 땅콩을 나눠 주고, 대체로 맛없는 식사에 철 지난 영화마저 앉은 위치에 따라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했던 여객기 기내 서비스도 변화하고 있다.아직도 손님들이 셀폰을 사용할 수는 없지만 요즘 2개 신생 항공사들이 기내에서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 옵션은 작은 전자제품점을 비행기 안에 차린 것만큼 다양하다.

델타 항공의 자회사인 ‘송(Song)’은 주로 플로리다 노선에 염가 티킷을 제공하고 있고 ‘젯블루(JetBlue)’는 싼 요금으로 타지역 노선도 다니지만 역시 플로리다에서 ‘송’과 경쟁하고 있다. 뉴잉글랜드 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탈 수 있는 비행기로 자리잡기 위해 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항공사는 모두 승무원들과 조종사가 미소와 우스개 소리, 손님들에게 장난도 잘 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중 젯블루는 어느 좌석에서나 디지털 위성 TV를 볼 수 있으며 송은 보유 비행기 전체에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설치했다. 두 비행기 모두 최신 영화들이 구비되어 있어 관람료를 내고 자기 좌석에서 볼 수도 있다.
승객들의 반응은 한가지. 비행기내 편의시설들은 너무 좋은데 취항 노선이 많지 않은 것이 불만이다.
최근 올랜도에서 보스턴으로 젯블루를 타고 온 뎁 카파렐라, 트리샤 술릭 자매는 마침 큰 폭풍 때문에 비행기가 요동을 칠 때마다 승무원이 나눠 준 파란 헤드폰 줄을 꼭 쥐고 CNN 뉴스를 들었다. 비행기가 공중에서 오르락내리락 할 때마다 의자를 붙들고 있는 것보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TV를 보는 것이 훨씬 위안이 되었다고 카파렐라는 말한다. “TV 덕분에 온통 비행기 움직임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느니 코미디 같은 것을 보며 주의를 다른데로 돌렸어요”
이들은 지난해 11월에는 ‘송’을 타고 탬파에 갔었는데 파스텔조의 가죽 의자와 공항 키오스크에서 신속히 체크인하는 것이 마음에 들긴 했으나 당시는 아직 TV가 없어 비행 내내 책만 읽었다. 반면 젯블루는 체크인 키오스크가 없어 기본 서비스도 안하는 비행기인줄 짐작했으나 나중엔 송보다 더 좋아하게 됐다.
젯블루는 왕복표를 팔지 않기 때문에 자매는 올랜도로 갈 때는 79달러를 냈지만 돌아올 때는 114달러를 냈다. 그 값을 내고도 TV를 보며 출렁거리는 비행에 대한 걱정도 잊었을 뿐만 아니라 잠깐 눈도 붙였다. 마침 그 사이에 나눠 준 무료 스낵을 놓쳤지만 눈을 뜨자마자 승무원이 가져다 주는 바람에 감격하고 말았다.
한편 그 전날 송을 타고 올랜도로 간 코트니 히더와 데이빗 천트 부부는 좌석에 설치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제공하는 음악 퀴즈를 함께 풀었다.
3만4000피트 상공에서 번번이 아내에게 지다 속이 상한 천트는 자기가 훨씬 더 잘 알고 있는 ESPN의 스포츠센터로 눈을 돌렸고, 장난꾸러기 세살바기 매들린도 카툰 네트웍과 가지고 탄 DVD 플레이어 화면의 ‘공룡’을 보느라 바빴다. 왕복 275달러에 무료 오락 시스템을 즐긴 이들은 기내식 샌드위치 메뉴(8달러)도 선택이 다양해 마음에 들었다는데, 그래도 요금이 더 쌀 것 같아 젯블루를 타려 했으나 올랜도에서 볼티모어를 들렀다 보스턴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젯블루는 볼티모어에 취항하지 않기 때문에 모회사 델타가 연결편을 제공하는 송을 선택하게 됐다.
<김은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