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여기가 그 유명한 링컨센터란다.
나른한 일요일의 오후, 자동차 뒷좌석에서 졸고 있던 줄리아를 깨운 것은 엄마의 목소리였다. 텔레비전에서만 봐 왔던 맨하탄 링컨센터의 실제 모습은 열살 짜리 소녀를 매혹시켰다. 마치 파리의 에펠탑을 처음 보는 연인들의 마음처럼 말이다...
웅장하지만 편안하게 느껴지는 건물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소녀의 마음을 사로잡은건 운동장처럼 넓은 광장을 꽉 메운 북적대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와...오늘 저 많은 사람들을 위해 음악을 들려주는 주인공은 누구일까?
뉴저지 포트리에 살고 있는 줄리아 하(14·한국명 경진·포트리 미들스쿨 8학년)양은 4년전 링컨센터를 처음으로 본 그날을 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한다.링컨센터 앞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면서 ‘언젠가는 내가 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하는 주인공이 돼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어떤 악기를 해볼까’라는 고민 끝에 플롯을 선택했다. 아니, 플롯이 줄리아 곁으로 찾아왔다.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 때 포트리 타운에서 하는 서머 프로그램에 등록했는데 제가 원하는 시간대에 맞는 프로그램이 플룻밖에 없었어요. 하늘의 뜻이구나 생각했죠.떨리는 손으로 플롯을 처음 잡고 입김을 불었을 때 운전대를 처음 잡는 청소년처럼 마음이 들떴단다.
평소에 CD를 통해 듣던 아름다운 선율이 나올 줄 알았는데 쉰 소리가 나더라구요.(웃음)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대로 몇 번 연습하니까 들을만한 소리가 났어요.장 피에르 랑팔도 처음부터 감미로운 소리가 나지는 않았을 게다.
중학교에 입학한 뒤 학교 밴드에 가입했다. 하루 한시간씩 꾸준히 연습한 노력의 결과인지 이제는 처음 플룻을 불었을 때 나온 쉰 소리는 ‘역사’가 돼 버렸다.학교 밴드에서 수석 플룻 주자를 맡고 있답니다.
지난해에는 버겐 카운티 미들스쿨 밴드의 플룻 연주자로 발탁됐고 올해에는 뉴저지 북부 지역(Region 1) 밴드에도 뽑혔다. 오는 3월 21일 있을 콘서트 준비를 위해 요즘 한창 연습중이다.
이번에 연주하는 곡 중에 특히 ‘그린 슬리브스’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플룻의 매력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자 선율도 아름답지만 무엇보다 갖고 다니기 편해서 좋아요라며 웃는다. 하지만 언젠가는 트럼펫을 꼭 한번 불어보고 싶단다.
왜?쿨(Cool) 하잖아요!쾌활한 성격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짱’이지만 아직 남자친구는 없단다. 미국에서 태어난 2세 치고 한국어 실력이 제법이다. 학교에서는 제 2 언어로 스패니쉬를 배우고 있다.
언제 링컨센터에서 공연할거야라고 물어봤다.
글쎄요. 일단 링컨센터에서 공연하려면 그 옆에 있는 줄리아드부터 다녀야 될 것 같아요. 만약 줄리아드에 가지 못하면 치과의사가 돼 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뉴욕한인 사회복지상담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부친 하옥철씨와 뉴저지 AWCA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모친 진호숙씨의 1남 1녀 중 막내이다.
<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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