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 변호사
19년째 같은 직종에 몸담고 있다보니 점점 느는 기술이 있다. 상담하면서 5분 안에 클라이언트의 이슈를 집어낼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테넌트(Tenant) 입장은 전주에 언급한 명태의 여러 가지 이름처럼 민감한 부분이다. 특히 한인들은 다혈질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주법은 렌트 페이먼트 날짜가 매월 1일이면 과태료 부과날짜와 상관없이 그 달 2일부터 ‘3일 통고’를 테넌트에게 줄 수 있다. 물론 리스 계약서마다 다르다. 어떤 리스나 렌트 계약서에는 3일 통고가 아니고 5일 통고나 다른 날짜가 적혀 있는 경우를 간혹 접한다. 이런 경우는 건물주가 ‘3일 통고’가 아닌 ‘5일 통고’(5-Day Notice to Pay Rent or Quit) 퇴거명령 청구를 해야 한다.
한번은 퇴거명령을 둘러싼 아이러니컬한 케이스를 맡았는데 공교롭게도 테넌트(아파트 입주자의 케이스가 아니므로 편의상 테넌트라고 칭함)와 연관된 건물주의 사연도 알아버린 일이 있었다. 그 당시 테넌트 ‘갑’은 ‘3일 통고’(3-Day Notice to Pay Rent or Quit) 즉, 퇴거명령 통고를 받고 정말 흥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렌트 계약은 10일이 지나야 과태료(Late Charge)가 붙는 것으로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보통 렌트가 며칠 늦어도 건물주와 별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리스도 많이 남은 상태였다. ‘갑’의 경우는 더 황당한 것이 5일까지 렌트를 내야 한다고 계약서에 적혀 있지만 과태료는 10일이 지나야 부과되는 케이스인데 그 달 7일에 ‘3일 통고’ 퇴거명령 통고를 받은 것이다. ‘갑’은 건물주와 개인적인 얘기도 나눌 만큼 막역한 사이였다며 배반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필자가 누구와 상담을 하다가 그가 바로 ‘갑’의 건물주인임을 알았다. 그에게는 특별한 사연이 있어 도와주고 싶었으나 이미 며칠 먼저 일을 맡긴 ‘갑’의 변호사였으므로 이해상충 문제 때문에 그 건물주의 케이스를 맡을 수가 없었다. 그의 사연은 지극히 사적인 일이라 여기서 밝힐 수는 없지만 하루라도 빨리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법의 해석과 적용이 수학공식처럼 단순하지 않음을 느낀다. 그때마다 ‘읍참마속’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난다. ‘음참마속’이란 삼국시대 때 제갈량이 위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대군을 끌고 성도를 출발, 한중을 점령하고 기산으로 진격하여 위나라 군사를 크게 무찔렀다. 그러자 조조는 사마의를 급히 파견하였고 제갈량은 사마의를 무찌를 계획을 미리 세워놓고 있었지만 군량 수송로인 가저를 수비하는 일이 문제였다. 그때 마속이 그 중책을 맡고 싶다고 자원했다. 마속은 제갈량과 절친한 마량의 동생으로 아주 아끼는 장수였는데 제갈량은 망설이다 마속에게 일을 맡겼는데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급기야 제갈량은 마속에게 중책을 맡긴 것을 후회하고 군율을 어긴 마속을 처형까지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때 제갈량은 이렇게 말했다. 마속은 훌륭한 장수다. 그러나 아끼는 사람일수록 가차없이 처단하여 대의를 바로 잡아야 한다. 아무튼 이와는 사뭇 다르지만 양측의 껄끄러운 입장을 알고서도 사사로운 정보다는 법 규정대로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기억에 남는 케이스 중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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