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철<정신과 의사>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구나/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날 백발 한심하고나...’
늙음의 아픔과 병든 아픔은 저마다 살아가며 느끼고 쉽게 접하지만 태어남과 죽음의 고통은 무엇인지?
초기 프로이드 학파의 심리학자 오토 랭크(Otto Rank)에 따르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완벽한 존재의 상태는 어머니의 자궁 속에 있는 태아의 상태라고 이야기한다. 아무런 고통이 없는 시기, 먹고 싸는 일 외에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고, 완벽하게 보호된 환경에서 생존하는 시기가 태아의 시기다. 극도로 고통스럽거나 외로울 때 사람은 두 다리를 꾸부리고 손으로 다리를 끌어안는 듯한 자세를 취한다. 즉, 자궁 속의 태아의 자세를 상징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 완벽한 상황에서 분리되어 이 세상에 태어날 때, 태아는 좁고 좁은 모체의 산도를 통과해서 골반까지 늘리며 나올 때, 두개골이 찌그러지면서 몇 분간 생사의 기로를 뚫고 태어나게 된다. 이 모체로부터 떨어지는 출생의 과정을 그는 ‘출산 상처’(Birth Trauma)라고 부른다. 이 때의 고통을 원초적 고통이라 하고 이것은 원초적 심리억제 기전에 의해서 우리의 의식으로부터 완전 억제된 상태로 머물게 된다.
그러나 이 불안(고통)은 인간이 성장하면서 위험한 시기(이별, 사춘기, 위험, 이혼)에 처했을 때마다 이것이 다시 살아나오며 누구의 보호를 받고 싶어한다.
’소속감의 안정’과 ‘개인화의 독자성’의 갈등은 특히 사춘기 시기의 심리적 갈등의 기본이 된다. 죽음의 고통은 보통 70% 이상의 사람들이 죽기 전에 심각한 육체적 고통을 겪는다. 이들은 흔히 묻는다. 왜 이렇게 아파야만 하는지.
의미를 찾지 못한 고통은 어머니처럼 보살펴주는 사람이 있어도 견디기 힘들다. 요즈음은 이런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진통제를 쓰던지 다른 수술이나 신경마비 방법으로 고통을 줄여주는데 많은 노력을 한다. 그리고 이런 고통받는 환자를 간호하는 가족들 또한 또 다른 의미의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글쎄, 지난 몇 달 동안 제가 간호하는 방식에 대해서 많이 도와주던 아버님께서 요즘에는 제가 잘못한다고 나무랄 때가 많고, 작은 일에도 아버님께서 자주 화를 내시니 간병도 어렵지만은 이제는 두 배로 더 힘들어진 것 같아서 정말 견디기 힘들어요 하고 만성암으로 고통받는 어머니를 간호하는 딸이 호소한다.
간암으로 근 1년을 어머니를 돌보던 한 아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정말 그동안 어떻게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가족과 친척들끼리도 서로 전전긍긍하며 힘든 생활을 보냈습니다. 어머니 임종 후에 많은 식구들이 탈진한 상태로 의욕상실증에라도 걸린 것 같습니다.
’실로 위대한 거란/ 아픔을 마지막 거두고 가는 거다’라는 시인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 사무라이’라는 영화에 한 사무라이가 자기가 평생 바라던 목표를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다! 전장에서 마지막 숨을 쉬며 ‘완벽한 삶이었어’라고 말하며 미소를 띤다. 그 때, 사꾸라(벚꽃)가 휘날리며 화창한 봄 하늘을 덮는다. 죽음의 배경에, 그처럼 화사한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자식의 고통은 대신해 줄 수 없다.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모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부모에게 생로병사의 고민은 없을 것 같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