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역대 대통령 선출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이전까지는 현실주의자와 이상주의자간의 경쟁에서 현실주의자가 승리하여 왔다.
이상주의자였던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도 보수 수구세력과의 합당이나 연합에 의해 현실주의자로 변신하고서야 겨우 집권할 수 있었다.
즉 보수세력과 민주세력과의 동거시대로 사회개혁도 정치혁신도 지역주의 타파도 남북이념 갈등도 큰 진전을 볼 수 없었다. 인적쇄신에 실패하여 구체제하의 수구세력을 껴안은 탓이었다.
노 대통령도 재벌과의 연합으로 현실주의자로 변신하여 선거에 임하였으나 그의 당선을 저지하려는 세력들의 필사적인 방해로 연합이 와해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이상주의자가 집권하게 되었다. 독재 체제에 항거하고 정경 유착을 질타하고 노동자, 서민계층을 대변하며 사회 개혁을 부르짖던 야인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기득권 층에겐 믿기지도 인정하고 싶지도 않은 대통령의 출현이었다.
그러나 대통령만 바뀌었을 뿐 반세기동안 뿌리박힌 기득권 세력 중 스스로 참회하거나 물러나는 자도 없고 기득권을 양보하는 자도 없었다. 오히려 대통령이 제왕적 권위를 버리고 권력을 나누어 자유와 민주주의의 이상이 실현되려는 틈을 타서 그들은 대통령의 신념과 정책을 구현해야할 인사들을 줄줄이 보이코트하면서 한편으론 대통령의 말꼬리를 잡아 멸시하고 식물인간 대통령으로 만들려 하였다. 전 정권 하에서 선출된 세력에 포위되어 대통령직을 못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재신임을 국민들에게 묻겠다는 발표가 나왔다.
그런지 반년만에 여당의원이 많이 당선되었으면 좋겠다는 말 한마디가 선거법에 위반된다고 트집잡아 잔여임기 한 달을 남겨둔 2/3의석을 넘는 거대야당에 의해 탄핵 소추가 40여분에 가결되었다.
때묻은 정치인들이 이판사판식 도박을 자행한 것이다. 잘하면 자신들이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탄핵의 역풍을 만나자 시대의 변화와 민심을 비로소 깨달은 일부는 탄핵을 철회해야 산다고 외치면서 갑자기 ‘군사 쿠데타 주역’의 딸을 대표로 뽑아서 들판에다 천막을 치고 거대여당 독재출현을 막자면서 국민의 동정을 구해 다시 재기하려고 한다.
대통령도 꼼짝못하게 만들었던 무소불위의 거대야당 모습이 어쩌다 며칠사이에 이렇게 초라하고 불쌍하게 변신하였는지 참으로 할 말을 잃는다.
갑자기 비수에 찔린 자는 태연히 요양하고 있는데 가해자가 죽는다고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형국이다. 아무튼 구세력들이 시대흐름과 민의를 외면하고 기득권 유지만 집착한 나머지 자충수를 두어 몰락을 재촉했다. 오히려 개혁주의자들이 대거 사회주도세력으로 등장할 수 있는 인적 쇄신의 기회를 맞았다.
이번 탄핵은 이상주의자 대통령 대 보수 기득권 세력들과의 피치 못할 충돌이며 그 결말에 따라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이냐 후퇴냐가 판가름되리라 본다.
듀크 김/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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