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의장직은 총선후 결정… 탄핵심판 단식 돌입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총선을 사흘 앞둔 12일 ‘노인 폄하’ 발언 등으로 당 지지율이 하락한 데 책임을 지고 당 선대위원장 및 비례대표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에 따라 여당 지지층의 재결집 및 부동층 이동 등 판세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정 의장은 이날 밤 당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탄핵관철 음모를 저지하고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무엇이든 던지겠다”며 사퇴를 선언했다.
정 의장은 “부패ㆍ지역주의 세력이 되살아나 4ㆍ15 총선의 역사성이 흐려지고 있다”며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살리기 위해 내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또 “선거결과에 무한 책임을 지겠다”고 말해 총선 이후 당 의장직 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 의장은 이날부터 선거유세와 당무를 중단한 채 중앙당사에서 탄핵심판을 호소하는 단식에 들어갔다.
우리당 김영춘(金永春) 김부겸(金富謙) 의원 등 수도권 의원 6명도 이날 “쿠데타 세력이 국회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며 국회 본관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민병두 총선기획단장은 “‘우리당 압승’으로 나타나는 여론조사의 착시현상을 교정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정 의장이 당 지지율이 급락한 이후 영남권 후보들을 비롯한 당내 견제세력으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여권 내 역학관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12일 밤 영등포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선대위원장직과 비례대표 후보직 사퇴를 발표한 뒤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홍인기기자
이에 앞서 권기홍(權奇洪ㆍ경산 청도) 이영탁(李永鐸ㆍ영주) 윤덕홍(尹德弘ㆍ대구 수성을) 후보 등 TK지역 에 출마한 우리당 후보 5명은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노인폄하 발언은 계층간 갈등과 분열을 초래함으로써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전국정당화의 교두보인 영남에서 우리당 후보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 피해를 줬다”며 정 의장의 백의종군을 요구했다.
이에대해 한나라당 박세일(朴世逸) 공동선대위원장은 “탄핵 문제를 다시 쟁점으로 만들기 위한 쇼의 성격이 짙다”며 “극단적 쇼크 정치로 지지 그룹을 결집, 국회의 3분의2를 장악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은진수(殷辰洙) 선대위 대변인도 “모든 언론과 조사기관이 거대여당 출현을 예고하는 마당에 정 의장이 극단적 행위를 한 것은 다수 의석 확보를 위해 국민을 협박한 것”이라며 “여당으로서 국민을 불안케 하는 무책임한 행위는 중지돼야 한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박준영(朴晙瑩) 선대본부장은 “오늘 열린우리당이 보여준 것은 권력투쟁의 모습”이라면서 “영남 여론이 악화해 정 의장이 물러난 것은 우리당의 분열적 지역주의적 속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성규 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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