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말의 박씨는 5년 전 어머니를 잃었다. 외동딸로 자란 박씨는 형제자매도, 남편도, 자녀도 없다. 사촌 형제들이 남가주 여기 저기에 몇 있으나 잘해야 일년에 한두 번 보게 된다. 주위에 교회에서 사귀게 된 친구들이 몇몇 있을 뿐이다.
꾸준히 직장생활을 하면서 연금을 통해 저축한 보람이 있어서 어머니를 여의고 난 후 곧 퇴직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고정된 금액인 연금과 저축예금으로 생활한다.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으로 세상에 나 혼자뿐이라는 외로움과 우울증, 그리고 불안감을 자주 경험했다. 외로움과 우울증을 달래려고 이 친구 저 친구와 빈번한 외식을 하기 시작했고, 불안감을 달래려고 샤핑 몰에 가는 일이 잦았다. 알게 모르게 신용카드의 부채는 슬금슬금 늘어만 갔다.
직장생활 당시에는 빚 없는 생활을 꾸려왔던 박씨는 이제는 카드 빚만 생각하면, 불안감과 무력증으로 잠 못 이루기 일쑤이다. 가까운 친구의 권유로 1년 전 상담을 시작했다. 매일 외식하고 싶고, 예쁜 옷이나 물건을 보면 구입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때마다 예산 초과지출을 반대하는 새로운 자신과 싸움을 하곤 한다. 잦은 외식과 샤핑에서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의 보다 근원적인 것이 무엇인지 상담과정을 통해 깨우치고자 한다.
40대 초의 이씨 부부는 10여년의 결혼생활이 비교적 순탄한 편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직장생활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고, 곧 대학 들어가게 될 두 아들의 학자금 마련을 위해 수입을 늘려야 했다. 이렇게 저렇게 모은 재산을 다 투자하고, 집을 담보로 빚을 내어 조그마한 가게를 하나 인수했다.
첫 해는 그럭저럭 지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손님 수와 매상이 줄기 시작했다. 집 융자금, 가게 임대료, 보험료, 각종 공과금, 생활비 등의 지출이 수입을 능가한지 2년이 넘어갔다. 매월 한두 번 정기적으로 큰 싸움을 하게 된지도 2년이 넘어갔다.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자금을 융통하는 것도 할 만큼은 했다. 독촉 청구서가 날아올 때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려는 듯 이씨 부부는 싸우기 시작했고, 욕설과 비난과 주먹다짐 또한 나오게 되었다.
돈 문제로 인한 부부간의 갈등은 비일비재하다. 돈은 보이지 않는 힘과 통제를 의미한다. 빚으로 인해 그러한 힘과 통제를 상실할 때 많은 개인들이 불안해하거나 무력감 혹은 우울증에 빠지곤 한다. 그러한 개인들이 부부나 가족관계를 구성하는 일원이기에 가족관계에 이상기온이 도는 것은 드물지 않다. 재산관리이던 부채관리이던 부부가 토론과 타협을 통해 같은 목소리로 동의한 계획을 공동책임 하에 함께 실행하는 것이 관계를 증진시키는 것을 자주 경험한다. 봄맞이 청소를 하는 어느 주말에 우리 집의 재산과 빚과 행복지수에 관해 토론을 가져봄직하다.

이 은 희
<결혼가족상담전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