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간의 두 번째 핵위기가 시작된 지도 1년 반이 지났다. 그동안 북경에서는 6자회담이 몇 번 열렸고, 미국 의회에는 북한의 자유화와 인권개선을 위한 법안들이 상정되었다. 6자회담은 이 회담을 통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회담 당사자 아무도 갖고 있지 않은 기이한 회담이다.
그런가 하면 북한 자유화법안이나 북한 인권법안은 주민들로부터 시작되는 김정일 정권의 교체 혹은 개선이라는 노림수를 내포하고 있다. 문제는 이 법안이 존재하는 한 가뜩이나 성사 가능성이 희박한 회담에 임하는 김정일이 더욱 더 미국의 의도를 의심할 것이라는 점이다.
부시 행정부 4년 동안 미국이 진행시켜 온 대북한 정책의 현주소이다. 확실한 정책이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진전이 더딘 것은 그만큼 북한이 다루기 어려운 상대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는 북한에 대해 노골적으로 관대하고 우호적인 세력이 한국의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함으로써 한미동맹의 미래 위에 먹구름마저 드리워지게 되었다.
과연 김정일은 자신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확정되기 전에 그 정책을 통해 투사될 미국의 엄청난 힘을 막아낼 만한 튼튼한 방패를 남한 땅 위에 구축해낼 수 있을까? 어쨌든 아직은 남한을 우방으로 취급해야하는 미국으로서는 행보가 매우 신중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지난 5월4일 미 하원의 국제관계 위원회는 간단한 수정안을 첨부하여 하원 본 회의가 북한 인권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권고하였다. 동시에 하원 법사위원회는 이민소위가 늦어도 7월6일까지 심의를 마치도록 기한연장을 허가해 주었다. 아마도 미 의회로서는 이 법안에 따라 탈북자들의 미국 망명이 허용될 경우 북한 스파이들의 잠입을 어떻게 막느냐는 문제를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의원들 가운데 북한 인권개선안에 반대표를 던졌다는 표결 기록을 남기고 싶은 의원은 아마도 없을 것이므로 이 법안의 통과는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비록 이런 저런 사정으로 본 회의 표결이 11월 대선 후까지 늦춰지는 한이 있을지언정.
한편 북경에서는 5월12일부터 6자회담 실무그룹 회의가 열리고 있다. 지난 번 아시아 3국 순방기간에 체니 부통령이 “시간이 없다”는 말을 여러 번 되풀이한 결과인 듯 싶다. 하기는 체니 부통령이 북경을 다녀가자마자 김정일이 부리나케 중국을 방문한 것이나, 심지어는 융숭한 대접을 받고 귀국하는 김정일의 뒤통수에 대고 대 폭발사고를 일으킨 것까지 모두 다 체니 부통령이 전한 미국 수뇌부의 의중과 그에 대한 중국 수뇌부의 교감 탓으로 해석하는 추론도 만만치 않다. 이 이론대로라면 중국은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구사한 셈이다.
김정일이 이번 실무회담이나 다음 번 회담에서 선(先) 핵 포기를 선언하지 않는 한 북한 인권법안이 먼저 통과될 것이고 미국의 대북한 정책은 그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면 6자회담이건 양자회담이건 회담의 의제 가운데 북한 인권문제가 보다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며 회담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재중국 탈북자들의 처리를 위해 중국에 대한 압박이 더욱 가중될 것이다.
과연 이 법안의 실행으로 김정일을 권좌에서 몰아낼 수 있을까? 김정일 정권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북한에서는 한 번도 일어났던 적이 없었던 일인만큼 미지수의 승산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15년 전 공산권의 몰락에서 보았듯이 그 누구도 예상 못했던 속도로 김정일이 제거되고 북한이 개방되는 일이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시나리오는 한국의 현정부로서는 악몽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관건은 바로 미국 땅에 살고 있는 200만 미주 한인들이 어떻게 미국 의회에 우리들의 목소리를 반영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신동철/목사·엑소더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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