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월스님(백운선방)
뉴욕에 오니 대부분 기독교인들이 많아 불교는 이제 걸음마를 걷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동포들의 삶도 피곤하고 여유가 없어 보시 받기가 부담이 될 정도이다.
한국에서는 자격이 되면 3년이면 자립하는 절의 형편도, 이곳에는 10년이 된 절도 렌트비도 내기 힘든 절이 많다. 처음 오니 불자들은 나에게 돈을 갖고 왔느냐고 물었다. 나처럼 학교에 있거나, 선방에 가거나 외국으로 스승 찾아다닌 사람은 돈까지는 없다.
「청정도론」같은 논장에는 바른 스승은 경전에 대한 지식과 아울러 실제 수행 체험을 가지고 있고 눈이 열린 자라야 한다는 조건이 나온다. 경전에 대한 지식이란 경전을 바로 보는 안목인데 바른 지침으로 중생에 따라 제시할 수 있는 힘을 말하고, 수행의 체험이란 중생들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을 때 자신의 체험에 비춰 능히 바르게 인도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
다.
미국에 한동안 라즈니쉬의 바람이 불어 공항이 개설 될 정도로 붐을 일으켰다가 이제는 것의 없어진 것처럼, 현상적으로 아무리 번성해도 그것이 바른 것이 아니면 생명력이 짧은 것이다.
반대로 서서히 은근하게 다가가는 수행도 있는데 대개 12-15년까지 걸리는 티벳 불교 같은 수행은 글을 배우는 데만 2-3년 걸리는 수행도 있다. 진발심(眞發心)이 된 서양인들은 티베트어를 배워가면서 티베트불교를 수행한다.
어학공부에 왕도가 없듯이 수행에도 왕도는 없다. 다만 바른 스승이란 제자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지 않고 향상시키는 스승이며, 근기(根機)에 맞춰 제대로 지도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남의 스승이 되려면 자신의 수행 한 가지만 알아서도 안 되는 것이다.
대개 스승과 제자는 3년을 서로 겪어 보고 정하라고 한다. 왜냐하면 요즘같이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한 세상에서는 소문이나 겉모습이 실상보다 부풀어진 경우도 있고 그 진위(眞僞)를 가리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이 수행할 준비가 되면, 내 체험에 의하면, 반드시 스승이 나타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부처님은 항상 우주법계에 상주하고 계신다는 말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좋은 스승을 만나려면 먼저 자신이 좋은 제자 자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대개 자신의 마음이 간사하면 그런 스승에게 만족하고, 자신의 마음이 올곧고 거룩하면 또한 그런 스승을 알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부분 동업중생(同業衆生)끼리 만나게 되어 있다.
티베트 불교에는 가끔 스승들이 제자들을 시험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선 인색한 자가 모든 중생들을 제도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스승은 제자에게 얼마나 헌신적인지를 시험한다.
심지어는 제자의 모든 재산이나 생명까지도 요구해 보기도 하며, 때로는 얼마나 인내할 수 있는 그릇인지 시험하기 위해 무척 어려운 일을 강요하기도 한다. 그러한 통과의례를 거친 자에게 한해서 법을 배울 자격을 주는 것이다. 바른 스승이란 결국 자신의 발심(發心)과 준비상태에 따라 볼 수 있는 것이지, 어떤 정해진 외형이 있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깨달은 자의 특징은 행함에 있어 남을 해치지 않고, 자신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며 중생을 이익 되게 한다는 기준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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