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같은 부자, 사랑과 갈등 섬세한 터치
1996년 꿈처럼 몽롱한 영화 ‘어머니와 아들’을 만든 러시아 감독 알렉산더 소쿠로프(‘러시아의 방주’)의 가족 구성원들의 미묘한 관계와 감정을 다룬 가족 3부작의 제2부작. 역시 비몽사몽 같은 나른하고 심오한 작품인데 비상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작품이다. 이런 영화는 아무 선입관 없이 내용과 영상에 나를 완전히 맡겨야 한다.
‘어머니와 아들’도 명상적이요 철학적인 작품이었지만 이번 것은 그보다 더 내면과 감정 성찰에 천착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이름 모를 해안도시 아파트 지붕 위의 꼭대기 층에 사는 아들과 아버지는 거의 외부세계와 차단된 둘만의 생활을 한다. 공군 출신의 아버지는 젊었을 때 사랑해 결혼한 아내를 사별한 뒤 혼자 아들을 키워왔다. 그는 아내의 기억에 마음 아파하면서도 아들과의 끈적거리는 유대관계와 둘이 매일 같이 즐기는 장난 같은 일상에 체념하듯 만족한다.
아들은 사관학교 학생. 아들은 때로 무책임한데 그의 여자친구는 애인과 아버지간의 유별나게 가까운 관계에 질투한다.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은 언젠가 헤어져야 한다는 숙명 때문에 갈등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친구 같고 때로는 애인 같은 관계를 깊이 파고든 2인극 형식의 작품이다. 거의 이야기와 대사 없이 아버지와 아들의 접촉과 장난과 응시 등을 통해 피로 맺어진 두 사람의 강렬한 사랑과 궁극적인 이별에의 아픔을 신비롭게 다루었다. 꿀빛 색깔로 가득 찬 화면이 이런 신비감을 더해 준다. 뇌신경을 최대한으로 요구하는 영화다.
성인용. 7월1일까지 뉴아트(310-281-8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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