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서 7차례 낙방 끝에 간신히 투어카드를 받았지만 세계 최고(崔古)의 골프대회 브리티시오픈 정상에 올라 ‘인생역전’을 이룬 ‘중고 신인’ 토드 해밀턴(38.미국)은 18번홀(파4)에서 울다 웃었다.
올해 38세라는 적지않은 나이에 PGA 투어에 데뷔한 해밀턴은 19일(한국시간) 열린 대회 최종일 17번홀까지 1타차 선두를 달리다 18번홀(파4)에서 어이없는 보기로 연장전에 끌려 들어갔으나 연장전 18번홀에서는 절묘한 어프로치샷으로 끝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3라운드에서 엘스를 1타차로 제치고 선두에 올라 최종 라운드에서 엘스와 동반 플레이를 펼친 해밀턴은 ‘슈퍼스타’와의 맞대결에서도 경기 내내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우승 각축을 벌였지만 18번홀에서 끝내 위기를 맞았다.
17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낸 엘스가 1타차로 추격해오자 평정심을 잃은 듯 해밀턴은 티샷을 오른쪽 러프로 날려버렸고 두번째샷마저 페어웨이를 가로질러 이번에는 왼쪽 러프에 박혔다.
반면 엘스는 티샷을 페어웨이 한 가운데 올려놓더니 홀 3m 앞에 떨궈 버디 찬스를 만들어냈다.
해밀턴이 파세이브에 실패하고 엘스가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면 경기는 엘스의 역전승으로 마무리될 상황.
숱한 선수들의 눈물로 점철된 메이저대회 최종일 실패의 역사가 해밀턴의 뇌리를 스쳐가는 순간이었다.
해밀턴은 결국 3온 2퍼트로 보기를 범했지만 다행히 엘스의 버디 퍼트는 홀 바로 앞에서 멈춰 역전패는 면했다.
하지만 메이저대회 3승을 포함해 PGA투어 대회에서만 14승을 올렸고 연장전적 4승2패의 엘스와의 연장전에서 해밀턴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은 없었다.
더구나 엘스는 지난 2002년에도 연장전을 승리로 이끌어 브리티시오픈 우승컵 클라레저그를 품에 안았던 경험이 있어 한결 유리한 입장.
1번(파4), 2번(파4), 17번(파3), 18번홀(파4) 등 4개홀에서 치러진 연장전은 4라운드와 흡사했다.
달라진 것은 정규 라운드 때 엘스가 버디를 뽑아냈던 17번홀(파3)에서 해밀턴이 파를 지킨 반면 엘스는 보기를 범했다는 사실 뿐.
1타차 리드를 안고 18번홀 티잉그라운드에 선 해밀턴이 티샷을 오른쪽 러프로 날려보낸 점에서도 경기 양상은 최종라운드 직전의 플레이와 너무나 닮았다.
게다가 해밀턴은 두번째샷을 또 다시 그린에 올리지 못했고 엘스는 4.5m 버디 기회를 잡은 것마저 똑같았다.
하지만 해밀턴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다.
홀을 40야드를 남긴 그린 밖에서 해밀턴이 3번 우드를 잡고 굴린 볼은 홀 90㎝ 옆에 멈춰섰고 반드시 버디를 잡아야 재연장전을 벌일 수 있었던 엘스는 회심의 버디 퍼트를 노렸지만 홀 왼쪽으로 빠트리고 말았다.
이날 내내 아무런 변화가 없던 해밀턴의 얼굴은 침착하게 파퍼트를 집어넣은 뒤에야 환하게 펴졌다.
18번홀에서 이날 두차례나 마음을 졸였던 아내가 천천히 걸어나와 힘껏 포옹하자 해밀턴은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며 우승을 실감했다.
캐나다, 아시아, 일본 등을 전전하며 14승을 올렸고 올해도 혼다클래식에서 정상에 올랐던 해밀턴이지만 이날만큼 18번홀이 두려웠던 적이 없었을 것이다.
한편 엘스는 정규 라운드 때 버디를 잡아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가는데 디딤돌로 삼았지만 연장전에서 패배의 빌미가 됐던 17번홀(파3)에서 웃고 울었다.
엘스는 또 18번홀에서 2차례 버디 기회를 한번도 살리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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