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때 미국으로 이민온 이수진(20)양은 한때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었다. 그러나 자라면서 비즈니스 쪽에 더 관심이 많아져 NYU에서 경제와 비즈니스를 복수전공하고 있다.
이번 여름방학 동안 세계적인 IT기업인 노텔 네트워크(Nortel Networks)사의 웨체스터카운티 본부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어렵게 인턴에 합격했는데 올해는 회사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노텔 네트워크의 웨체스터카운티 본부에는 약 2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지만 수진양은 유일한 아시안이다. 흑인도 1명밖에 없다. 인종차별 때문이 아니라 능력대로 직원을 뽑고 거주지를 고려하다 보니 회사 구성원이 백인 일색이다. 이러다 보니 회사에서는 수진양에게 아시아 특히 한국 문화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수진양에게 단순히 서류나 복사하고 허드렛일이나 돕는 사무 보조 일을 맡긴 건 아니다. 지난해 처음 인턴을 시작할 때는 일을 배우기 위해 오버타임을 해야 할 정도였다.
고객인 인텔, IBM, 타임워너케이블사의 책임자를 직접 만나고 본부장과의 회의에도 참석하는 등 일반 직원과 똑같다. 회사로서는 수진양이 몹시 탐나는 모양이다. 똑똑한데다 IT 선진국인 한국인으로 한국말도 잘하므로 회사로서도 놓치고 싶지 않은 눈치다.
특별히 부모가 강요하지 않았는데도 수진양은 한인이니까 한국말을 해야 한다며 스스로 열심히 배웠다. 자신이 이만큼 크고 공부할 수 있었던 것도 한인인 엄마, 아빠의 희생과 사랑 덕분이었다고도 한다. 영어 이름이 있었지만 커가면서 ‘수진’이라는 한국 이름만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인기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남자 주인공 ‘기주(박신양 역)’ 같은 능력 있는 스타일이 좋은데 나중에 결혼도 꼭 한인하고 하겠단다.
하지만 수진양에게도 아픈 기억은 있다. 브롱스 리버데일 PS24 초등학교 때 전교회장에 출마했다가 1표 차이로 떨어진 적이 있다. 집에서 수없이 연설 연습을 하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자신이 있었지만 주이시 학교에서 차점자로 밀려난 것. 얼마나 분했으면 집에 돌아와 한참을 엉엉 울었다.
그렇지만 절대로 비뚤어지거나 남을 깎아 내리지 않았다. ‘누군가 단점을 지적하면 먼저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라고 자신의 장점을 소개한 수진양은 웨체스터카운티의 명문인 에지몬트 고교를 평점 3.9점으로 졸업했다. 코넬, 컬럼비아, 미시건 등 명문 대학의 입학 허가를 받았지만 비즈니스를 공부하고 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맨
하탄의 NYU를 택했다.
졸업 후 노텔사로 마음을 벌써 결정한 것은 아니다. 비즈니스를 경험했으니 다음에는 파이낸싱 쪽을 더 배우겠다고 계획하고 있다. 정확한 진로는 그 이후에 정해도 늦지 않다는 것.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욕심도 남다른, 그렇지만 한인으로 태어난 자신이 너무도 자랑스런 이수진양의 미래가 기대된다.
<글·사진= 장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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