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원로·시민단체 등 국회파행 비난 잇달아

한나라 李총리 파면을 李총리 野부터 사과를

국회는 29일 전날 빚어진 이해찬 총리의 한나라당 폄하 발언을 놓고 여야가 상호 비난전을 벌이며 사과를 요구하는 등 대치하는 바람에 통일ㆍ외교ㆍ안보분야 대정부질문을 하지 못하는 등 이틀째 파행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국회 파행책임을 한나라당의 무분별한 색깔공세 탓으로 돌리며 이 총리에 대한 사과요구를 일축한 반면 한나라당은 야당모독을 이유로 이 총리의 파면을 요구하는 등 정면으로 대치했다. 이처럼 여야가 국회 파행을 상대 탓으로 돌리는 등 상호비난에만 열중하고 있어 국회파행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여야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정계원로,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민생 등 국민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정쟁만 일삼는 국회가 아닌 상생의 국회를 열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안팎으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리당 임종석 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한나라당이 ‘차떼기 당’이란 아킬레스 건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라며 이 총리의 전날 발언을 재확인하고 “정국불안의 근본원인은 한나라당의 무분별한 색깔공세에 있는 만큼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를 중단하고 색깔론 매도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 총리도 이날 “한나라당이 근거도 없이 정부ㆍ여당을 좌파라고 공격해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먼저 정부에 대한 근거 없는 좌파공세를 사과해야 한다”고 한나라당에 선사과를 요구했다.

한나라당 임태희 대변인은 원내대책회의와 의원총회를 끝낸 뒤 “이 총리의 ‘차떼기 당’ 등의 발언은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했고 정략적 목적으로 야당을 공격해 정국파탄까지 초래했다”며 “헌정질서를 무시한 행위를 한 만큼 임명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에게 그의 파면을 공식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여든 야든 강경파가 주도하는 정당은 망한다는 것이 헌정사의 산 교훈”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위해 다수당인 여당이 먼저 아량을 보여야 하며 총리 역시 야당과 기 싸움을 할 게 아니라 국회파행과 관련해 국민에게 미안하다는 유감표명을 하는 식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성훈 경실련 공동대표도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존종과 배려의 정신이 없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무책임한 색깔공세에 매달린 게 사실이지만 여권이 국회 파행의 직접 원인을 제공한 만큼 과반 여당답게 포용력을 보여야 한다”고 고언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