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반지의 저주 Curse Rings
일본으로 쫓겨날 위기에 몰린 김병현, 2001년 양키스 악몽 이어 올해 또 쑥쓰러운 우승 반지
‘동료들은 모두 축제 분위기인데 왜 또 나만….’
김병현(25·보스턴 레드삭스)이 씁쓸하게 오프시즌을 맞고 있다. 물론 속이 편치 못하게 시즌을 마친 선수가 김병현 만은 아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는 속이 쓰릴 데로 쓰린 선수가 너무 많아 ‘펩토 비스몰’이 트럭 채 필요할 지경이다. 하지만 김병현은 그들과는 큰 차이점이 있다. 월드시리즈 챔피언 링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소속팀이 월드시리즈에 우승해 곧 보통 선수들에겐 평생의 소원일 우승반지가 날아올 예정인데도 불구, 마음속이 기쁘기는커녕 씁쓸하고 스산하기만 하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김병현의 소속팀 레드삭스 선수들은 지금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상태다. 무려 85년간 지긋지긋하게 팀의 발목을 잡아왔던 ‘밤비노의 저주’를 떨쳐 버리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데다 그 와중에서 최고앙숙 뉴욕 양키스에 ‘3연패 뒤 4연승’이라는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겨주며 팀 역사에 길이 남을 신화의 주인공들이 됐기 때문. 광적인 보스턴 팬들에게 평생 숙원을 풀어준 현 레드삭스 선수들은 하나 하나가 영웅이고 우상들이다.
그런데 거기서 김병현은 예외다. 엄연히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받게 될 팀의 정식 멤버 중 하나지만 지금 그를 영웅으로 생각하는 레드삭스 팬은 하나도 없다. 심지어는 동료선수들도 시즌 종반 김병현의 복귀를 정식으로 반대했을 만큼 그에게 등을 돌린 상태다. 기록상으로도 정규시즌에는 달랑 7게임을 뛰는데 그쳤고 포스트시즌은 TV로 구경만 했으니 솔직히 우승반지를 받는 것이 남부끄러울 지경. 챔피언 링을 받아도 이를 남들에게 자랑하기는커녕 어디다 꼭꼭 숨겨두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씁쓸하고 속이 뒤집힐 지경인 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속팀 레드삭스는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김병현을 아예 태평양너머로 멀리멀리 쫓아내려 하고 있다. 월드시리즈가 끝나기도 전에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와 김병현의 트레이드에 합의한 것. 김병현의 거부로 이는 일단 무산됐으나 그럼에도 불구, 레드삭스는 아직도 다른 일본팀들과 트레이드를 협의중이며 김병현의 의사에는 아랑곳없이 기필코 일본행 방출을 관철시키겠다는 자세다. 김병현이 끝까지 일본행 트레이드를 거부할 경우 거부할 권리가 없는 임대형식을 쓰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팀 역사상 가장 역사적이고 감격적인 월드시리즈가 끝나기도 기다리지 못하고 김병현 트레이드를 논의한 것을 보면 마치 김병현 방출을 월드시리즈도 기다릴 수 없는 팀의 오프시즌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것 같은 인상이다. 그동안 김병현이 얼마나 구단의 인심과 신뢰를 잃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병현은 지난 2001년에도 어떤 면에서 유사한 경험을 했다. 월드시리즈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소속으로 우승하고도 당시 뉴욕 양키스테디엄에서 이틀 연속 결승홈런 허용이라는 역사에 남을 수난을 당한 것 때문에 동료들처럼 우승의 기쁨을 만끽할 수 없었던 것. 메이저리그 커리어 6년에 벌써 2개의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챙기게 된 김병현은 사실 엄청난 행운아다. 문제는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홈런 기록과 서슴없이 바꾸겠다”고 했을 만큼 귀중한 월드시리즈 챔피언링을 2개나 갖게 됐음에도 불구, 김병현의 마음 속에 그에 상응하는 기쁨이 없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이제는 아예 메이저리그에서 쫓겨날 위기에까지 몰렸으니 동료들의 기쁨과 환호가 그에게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느껴질 것이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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