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관위, 이주영 이사장후보 자격미비 들어 기각
비슷한 조건 이춘복 회장후보는 이미 당선 확정
선관위원장 사퇴
내분 심화될 듯
워싱턴주 한인사회의 가장 큰 업계단체인 한인 그로서리 협회(KAGRO, 회장 최종기)가 새 회장 및 이사장 선거를 둘러싸고 심각한 분열 상을 보이고 있다.
KAGRO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황보 경호)는 지난 9일 회장 및 이사장 후보의 등록서류를 심사한 후 이들이 자격미달이라고 판정했으나 회장 후보는 받아들이고 이사장 후보는 기각시키는 상이한 결정을 내렸다.
선관위는 이사장 후보인 이주영씨가 올해 고문이사로 일해왔으나 이사회에 이유 없이 3회 연속 불참, 이사자격을 박탈당했기 때문에 선관위 규정 33조 2항(3년 이상 임·이사로 봉사한자)에 저촉돼 피선거권 자격이 없다고 결정했다.
선관위는 1차 후보 등록 마감일이었던 지난달 29일까지 후보가 없자 시한을 1주일 연기, 이주영씨의 입후보 서류를 접수했었다.
선관위는 그러나, 역시 등록마감 일에 단독으로 출마한 이춘복 회장 후보도 33조 1항(5년 이상 협회비 및 5년 이내에 3회 이상 제반 의무금을 완납한 정회원)에 저촉되지만 유권해석을 통해 당선시킨 바 있어 앞으로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모임에서 선관위원장을 포함한 6명의 선관위원(1명 불참)은 투표를 통해 반대 3, 찬성 2, 기권 1표로 이주영 후보를 탈락시켰다.
투표 후 황보 위원장과 유 위원은 선관위 사퇴서를 제출했고 이우영 부위원장이 위원장직을 승계했다.
집행부 세력다툼이 불씨
최종기 회장, ‘저쪽에서 협회 일에 사사건건 트집’
일부 위원들,‘이 후보는 협회 일에 등한, 신뢰성 없다’
KAGRO 선관위가 회장 및 이사장 후보에 각기‘다른 기준’을 적용한 것은 현 지도부의 세력다툼에서 비롯됐다.
황보 선관위원장은 9일 모임에서“정관 조항에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춘복 현 이사장의 기득권을 인정, 회장으로 결정한 만큼 화합차원에서 이주영 이사장도 받아들이자”고 말했다.
그러나 이진국, 공성원, 이우영, 신상호 위원 등은“이주영씨가 이사장을 역임한 경력이 있지만 최근 협회 일을 등한시했기 때문에 신뢰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유흥길 위원은“선관위는 정관에 명기된 대로 등록서류를 심사하는 곳이므로 후보에 대한 인신 공격성 평가는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황보 위원장도“협회 내부에서 서로 배척하는 분위기는 없어야 한다. 일을 맡겨보지도 않고 신뢰성이 없다고 예단하는 것은 협회 반목만 키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공 위원은“이춘복 신임회장의 자격조건 시비는 사실과 다르며 결격사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지만 이 신임회장이 2002년 5월에 그로서리를 시작한 사실을 감안하면‘5년간 협회비 완납’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선관위 모임 후 최종기 회장과 이춘복 이사장 등 임원들은 간단한 기자회견을 갖고“현 집행부에 불만을 품은‘저 쪽’에서 협회 일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다가 급기야 이사장 자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그 동안 반대 측이 협회 및 일부 임원들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하는 협박 편지를 기자들에게 보이며“황윤경 전 회장과 현 임원 일부가 함께 부정부패를 일삼았다는 루머를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임원은“결국 일정 지분의 대가로 이사장 자리를 요구했으나 전 회장 횡령사건에도 불구 도매상들과 회원들 간 교량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현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탈락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일련의 배경으로 인해 두 명의 자격 조건미비 후보의 결정이 다르게 나온 것이지만‘정관을 다르게 적용한 것’에 대한 논란은 이 같은 배경설명만으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원장을 맡았던 황보 선관위원장은 그 동안“‘소위 저 쪽’이라고 불리는 측과 협회 밖에서 부딪히는 것보다 협회 내부에서 비판과 토론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피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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