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구 목사(호놀룰루한인장로교회)
유례없는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가운데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를 물리치고 43대 미국 대통령 재선의 위업을 달성하였다.
특별히 부시 후보는 플로리다, 펜실베니아, 오하이오에서 당선의 향방을 가늠하였고, 오하이오의 임시 투표 결과를 기다리던 케리 후보는 마침내 패배를 선언함으로써 재선에 성공한 것이다.
너무나도 근소한 차이의 승부였기에, 자칫 2000년 선거 때처럼 당선자가 오랫동안 확정되지 못하는 사태가 재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가운데 치러졌던 이번 선거에서 투표일까지도 사실, 어느 후보의 확실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의 한 판 승부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번 선거를 통해서 드러난 특이한 양상은 미국 정치가 종교화(宗敎化)하고 있다라는 지적이다. 정당이 아니라, 종교가 오히려 미국 정치의 향방을 결정하고 있다라는 말이다.
이번 대선에서 유례없이 가장 높은 유권자의 약 60% 정도나 투표에 참가했기 때문에 선거 전문가들은 이처럼 높은 투표율이 필경 케리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결과적으로 도덕적 사회적 이유 등의 강력한 종교적 이슈들을 주창해온 부시 후보가 승리를 거두었다.
부시 측에서는 국내외 정치적 입지가 자신들에게 더 이상 좋은 ‘약발’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 낙태, 동성결혼, 줄기세포 연구 등의 극 보수적 입장을 강조함으로써 미국 내 가톨릭은 물론 기독교 근본주의적-보수주의 세력의 표심을 자극하였다는 것이다.
사실, 부시 자신은 근본주의에 가까운 감리교 신자다. 자신은 하나님의 사자이며 대통령이 된 것도 다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일종의 ‘대권신수설’(大權神授說)을 믿는 것이다.
그는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나 명문 대학을 졸업했지만, 40세가 될 때까지 무절제한 생활을 한 데다 알코올 중독에 빠질 정도로 술을 마셨다고 한다. 그러다가 거듭난 그리스도인이 된 것이다. 본래 그의 가정은 성공회 집안이었지만, 부인 로라 여사를 따라서 감리교로 바꾸었는데 명목상 감리교 신자이지 그의 신앙은 기독교 근본주의 신앙의 표상이기에 미국 내 근본주의적-보수주의 신자들의 지지를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앙을 가지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스스로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의 신앙의 색깔을 거침없이 드러낸 바가 많았다. 또한, 만약 자신이 재선될 시에는 미국을 향한 모든 계획들 가운데 종교가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임도 천명하였다.
그런 그가 이번 선거를 통해서 비록 가톨릭 교인이기는 하지만 낙태, 동성 결혼, 줄기세포 연구 등의 사안에 대하여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상대방 후보를 못 말리는 진보주의자 또는 주류에서 벗어난 진보주의자라며 몰아 부친 것이다.
그리고 현재 미국 정치에서 가장 강력한 파워집단으로 부상한 기독교 근본주의적-보수주의의 강력한 지지를 얻어 선거에서 승리하게 되었다는 것이 미국 내 기독교계의 지식인들 가운데 지배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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