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한국영화를 주목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영화계 세대교체와 함께 한국영화가 급부상하며 임권택, 이창동, 김기덕,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세계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주목받는 한편 박광수, 홍상수, 장선우, 봉준호, 박진표 감독 등 신주류 감독들의 영화가 미 영화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신인 감독 발굴의 마이다스 손을 가진 링턴센터 필름 소사이어티 리차드 페냐 프로그램 디렉터는 한국영화에 주목, 한국영화 60년사를 보여주는 큰 행사를 기획했다.
지난 12일 링컨센터 월터리드 극장에서 개막한 한국영화 회고전 ‘새로운 호랑이: 한국영화 60년’은 전세계 신인 감독 발굴 창구인 링컨센터 필름 소사이어티와 뉴욕현대미술관(MoMA) 주최 ‘뉴디렉터스 뉴필름 영화제’를 주관하고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링컨센터 뉴욕 필름 페스티벌을 총지휘하는 페냐 디렉터에 의해 기획됐다.
중남미 영화와 아시안 영화, 아랍영화의 전문가로 통하는 그는 1988년 링컨센터 필름 소사이어티 프로그램 디렉터로 부임한 후 중남미 영화와 스페인 영화 뿐 아니라 프랑스, 이란, 쿠바 영화 시리즈를 통해 헐리웃 영화에 가려진 전 세계 화제의 영화들을 뉴욕 관객들에게
알렸다. 또한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과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박광수 감독의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이재용 감독의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 김기덕 감독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
고 봄’,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 여러 한국영화를 ‘뉴디렉터스 뉴필름 영화제’나 ‘뉴욕필름 페스티벌’을 통해 소개한 인물이기도 하다.
12월7일까지 계속되는 한국영화 60년을 총괄하며 신상옥 감독의 ‘지옥화’,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 강대진 감독의 ‘마부’, 김기영 감독의 ‘하녀’, 한형모 감독의 ‘자유부인’ 등 1950∼60년대 추억의 영화에서부터 이만희 감독의 ‘삼포가는 길’, 이장호 감독의 ‘바보선언’, 박광
수 감독의 ‘칠수와 만수’를 거쳐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 등 최신작에 이르는 40편의 한국영화를 뉴욕으로 가져왔다.
시대별 최고의 화제작만을 골라 한국영화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기획해 뉴욕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있다.이 기획전을 맞아 링컨센터 필름 소사이어티 발간 영화 매거진 ‘필름 코멘트’의 11/12월호
는 독립영화, 로맨스 코미디, 범죄, 공포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 영화 화제작과 함께 한국영화의 발전사를 조명하는 ‘한국 전망’(Korea Prospects)을 제목으로 한 한국영화 특집판을 게재,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페냐 디렉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한국영화 60년’ 기획전이 갖는 의미를 들어봤다.
■리차드 페나 인터뷰
-우선 이처럼 대규모 한국 영화 기획전을 열어준데 대해 한인사회를 대신해 감사를 표한다.
어떻게 ‘한국영화 60년’을 기획하게 됐나?
한국영화가 세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5년전부터 한국영화의 뿌리와 배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 1990년대 이후 좋은 한국 영화들이 많이 나왔다. 4년간 이번 행사를 준비했고 준비과정에서 한국을 두 번이나 다녀오며 한국영화들을 살펴볼 기회를 가졌다.
한국 영화 진흥위원회의 협조를 받아 수 백편의 영화를 추천받아 직접 영화를 본 후 60편을 골라 그중 40편을 추려냈다. 우수한 한국영화들이 많지만 특히 50∼60년대 한국 역사를 보여주는 김수용 감독의 ‘지옥화’나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 이만희 감독의 ‘마부’ 등은 훌륭한 영화라고
본다. 이처럼 좋은 한국영화들이 오랫동안 묻혀져 세계 무대에서 빛을 보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영화 선정기준은?
새로운 영화를 좋아한다. 링컨센터 필름 소사이어티가 하는 일은 신인 감독과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영화를 뉴욕 관객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선정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역사적, 사회적 상황을 담은 그나라의 정서를 느낄 수 있
는 영화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번 ‘한국영화 60년’ 상영작들을 보면 한국전쟁 이후 50∼60
년대부터 정치사회적 격동기인 70∼80년대, 지금에 이르는 시대별 한국사회의 모습을 고스
란히 담고 있다.
-한국영화 회고전을 개최하는데 외부의 예산 지원이 있었는가?
이번 행사를 공동 주최한 한국 영화 진흥위원회가 필름 제공과 자막 처리 등 많은 도움
을 줬다. 뉴욕 개최 비용은 전적으로 링컨센터 필름 소사이어티가 부담했다.
-한국 감독들 중 특별히 좋아하는 감독이 있다면?
특정 감독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임권택 감독과 홍상수 감독을 좋아한다영화 스타일은 다르지만 두 사람의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다.
-지금까지 이번 영화제를 지켜보며 어떻게 느꼈는가?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좋고 시간이 갈수록 관객 수도 늘어 지금까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젊은층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무엇보다 한국영화를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된다. 영화제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모두가 열심히 뛴 결과라 본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는 각오로 영화제를 준비했다. 10여년전 한 신인 감독의 영화를 링컨센터에서 처음으로 보여줬을 때 객석률은 저조했지만 지금은 많은 관객들이 찾는 유명한 감독이 되었다. 이번 영화제가 앞으로 한국영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한국영화제를 또 기획할 계획이 있는가?
이번과 같은 대규모 영화제는 아니더라도 한국 영화진흥위원회의 협조를 받아 감독 회고전규모의 10여편 정도 보여주는 한국영화 시리즈를 추진할 계획이다.
<김진혜 기자> jhkim@koreatimes.com
■리차드 페냐 디렉터 연혁
.하버드 대학에서 라틴 아메리카 역사 및 문학 전공
.MIT에서 영화석사학위 취득
.UC버클리서 필름 노와르와 라틴 아메리카 영화 강의
.뉴욕시립대 조교수 역임
.시카고 미술대 필름 센터 소장 역임
.현 링컨센터 필름 소사이어티 프로그램 디렉터 및 컬럼비아 대학 영화과 부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