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구 목사(호놀룰루한인장로교회)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근본주의적-보수주의의 종교적 신념에서 악의 제거를 위해 현대판 십자군 전쟁과도 같은 이라크 전쟁조차 불사했던 부시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도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서 재선의 위업을 달성하기까지 미국은 결국 신 아래 두 개의 국가로 양분되고 말았다는 비탄의 목소리가 높다.
기독교인은 부시 자신이 하나님을 믿는 신앙으로 국민들을 대동단결 통합시키기보다는 오히려 편을 가르고 파당을 만들어 자신의 승리만을 도출해 내기 위해 정치적 내전을 치르고 말았다는 비판이 있다. 따라서 지구촌의 의식 있는 인사들은 이번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단적으로 마치 보수와 진보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찢기고 갈린 하나님 편가르기를 한 것 같다고 통렬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특별히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새뮤얼 코비아 총무는 이번 선거 결과를 사실상 좌우한 오하이오의 현지 출구 조사에서 스스로 백인-복음주의자로 밝힌 유권자들의 부시 지지율이 73%나 달했다는 사실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바 있다.
뉴욕타임스 또한 개리 윌스나 토머스 프리드먼 등의 칼럼니스트들을 통해 이와 같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서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가 마치 지성과 문명이 사라진 날을 경험한 것 같다고도 비판하였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부시 대통령 자신이다. 대통령 재임 중에도 공공연히 비생산적으로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알려 왔던 그가, 이번 선거에서도 상
대편 후보를 비난하고 몰아 부치며 도덕적 에너지를 국내와 해외에서조차 분열과 불용을 주장하는데 사용하였다는데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그는 직설적으로 도덕적 에너지를 존중하기는 하지만, 민주당은 그러한 에너지를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할 방법을 찾기 바란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것은 앞으로도 그의 정책이 얼마나 편을 가르고 미국의 패권주의로 말미암아 얼마나 또 고립을 자초할 것인지, 그리고 이라크 전과 경제에 대한 무능력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당파적인 판단에 호소하는 정책을 펴 나가게 될 것인지 내심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그래서 코비아 총무는 이번 선거에서 모두가 다 [동일한] 하나님 편에 있고자 해야 했다라며 이제부터 모든 신앙인들이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가를 분별할 수 있기를 위해 기도해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교회는 한 시대의 도덕적 양심이어야 한다며 지금이야말로 미국 교회가 사회와 국가 그리고 세계를 위한 도덕적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문제는 이렇게 극단적 종교 신념의 편가르기로 인하여 찢기고 갈린 적의에 찬 민심과 당파성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의 문제가 부시 대통령의 과제라고 본다. 더구나 과거에는 인종 갈등의 이슈로 용광로 같았던 레드와 블루 지역이 이제는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의 종교적 신념 대결로 쪼개지고 말았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야말로 ‘정복’이 아닌 ‘대화’가 필요한 때는 아니겠는가?
뿐만 아니라, 대통령 자신의 근본주의적-보수주의의 종교적 신념으로 파생된 안과 밖의 문제들을 하나님 앞에 정직한 양심으로 바로 잡아야할 때는 아니겠는가? 그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디아코니아, 즉 열려진 행동이요 양심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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