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낱개로 팔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워싱턴 DC 주민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시의회가 법안 제정 논의를 시작한 것은 몇 년전 부터다.
그러나 올해는 마침내 현실화가 됐다. 지난 5월 시의회가 4관구내 모든 상점의 맥주 낱병판매를 금하는 법안을 전격 통과시킨 것.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한인상인들은 타민족 상인들과 연대해 지난 10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현재는 DC 정부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벌이고 있다.
설마 하고 방심하고 있던 한인상인들에게 날벼락이 아닐 수 없었던 ‘맥주 낱병판매 금지법안’은 이제 4관구를 넘어서 DC 전지역으로 확대될 기미마저 있어 불안스럽다.
현재 한인비즈니스협회 주도하에 상인들은 DC 정부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벌이고 있어 이 법안의 시행이 늦춰졌지만 결과는 쉽게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인들의 사전 대비 의식 부족과 빈약한 정치력을 뼈저리게 느낄 수 밖에 없었던 이번 사태는 한인사회 전체의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
■ 법안 제정 과정
연초부터 DC 주민들의 맥주 낱병판매 금지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는 정보가 감지되면서 한인 상인들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3월 19일 비즈니스협 관계자들은 마리아 딜레이니 ABC 보드 국장을 찾아가 직접 상인들의 고충을 전달하고 법안의 부당성을 따졌다.
그러나 이날부터 정확히 두 달만인 5월19일 법안은 시의회를 결국 통과해버렸다.
4관구의 애드리안 펜티 의원이 상정한 이 법안은 상인들의 반대에 부딪혀 그동안 통과가 어려웠으나 린다 크랍 의장이 제안한 영업시간 연장안과 맞물려 의원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얻어 내는데 성공했다. 시행은 5-6개월 후면 가능하다는 예상들이 나오고 있었다.
■ 한인상인들의 대응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한인상인들은 우선 분한 감정을 삭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했다.
대규모 시위를 계획했다. 10월 14일 오전 10시부터 DC 시 청사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한인은 물론 흑인, 히스패닉계, 이디오피아계 상인들이 모여 법안 철회를 강력히 주장했다.
이날 펜티 의원은 시위 현장에 나와 상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성의를 표시했지만 이미 배는 떠난 상황. 잠시 상인들의 얼굴에 절망감이 돌았다.
비즈니스협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시의회를 상대로 법정 싸움을 불사하기로 했다.
상인들의 협조도 의외로 많았다. 한인에 비해 숫자가 훨씬 적은 타민족 상인들의 열의는 더 컸다. 4만여달러의 경비를 위해 소상인들은 500달러씩 염출했고 나머지 변호사비는 도매사업자들이 맡기로 했다.
그리고 11월12일 “법안 제정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며 상인들이 제기한 소송이 받아들여져 시정부를 상대로한 힘겨운 싸움은 새국면을 맞고 있다.
■ 전망과 교훈
다행히 법원이 상인들의 소송 근거가 합당하다고 판단, 법안 시행은 늦춰졌지만 최종 결과는 누구도 점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6관구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환경정화를 이유로 비즈니스를 규제하려는 주민들의 노력이 줄어들 것 같지도 않다. 법안이 시 전체로 확대될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을 직면한 한인상인들로서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더 이상의 부당 규제를 막겠다는 의지가 절실해지고 있다.
그런 입장에서 ANC(주민자치회) 모임에 상인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해 주민과의 유대를 증진하고 불씨를 사전에 제거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한인상인들을 대표하는 비즈니스협이 타민족 상인들과의 협력을 적극 구하고 협회 활동도 집안 단속에 그치지 않고 대정부 지향적인 방법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적절한 지적도 큰 공감대를 형성해 가고 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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