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구 목사(호놀룰루한인장로교회)
그러나 이상의 긍정적 측면 못지 않게 부정적인 영향 또는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될 것들이 있다. 첫째로, 무속의 기복주의적인 신앙관이 기독교 신앙을 대단히 저급하게 변질시켜 놓았다는 점이다.
가령, 기독교 역시도 무속과 같이, 내면 또는 정신적인 복보다는, 오히려 현세적인 축복만을 강조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즉, 무병 장수하여 부귀영화를 누리며, 죽어서도 평안을 누리기를 원한다는 식의 내용이 그렇다.
기독교가 추구하는 복이 과연 무엇이고, 참된 복음이 무엇인지를 가릴 틈도 없이, 현실 생활에서 그저 예수 믿고 복 받으라는 식으로 강조하다 보니, 기독교가 마치 이러한 ‘값싼 복’만을 공급해 주는 종교처럼 인식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이런 복을 원하는 자들로 채워지게 되었고,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것을 두고 ‘기적적인 부흥’이라고 치켜세우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그런 사람들 때문에, 진정한 기독교의 하나님은 늘 뒷전에만 있었고, 무속적인 신들이 교회 안에서 오히려 활개를 치지는 않았나 생각한다.
또한 이렇게 기복 사상에 물든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여 예물을 드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복채’를 드리듯이 헌금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본다. 그러나, 성경은 분명히 이러한 현세적인 복을 구하기 전에 너희는 먼저 그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고 가르쳤던 사실을 기본적으로 망각하지는 말아야만 할 것이다.
두 번 째 부정적인 측면은 기독교가 무속 신앙의 영향에 따라 지극히 비윤리적이고 역사 참여가 없는 종교로 전락해 버렸다는 사실이다. 무속 신앙은 ‘강신’(降神)과 ‘체험’을 강조하는데, 이것이 한국기독교에 영향을 미침에 따라 신비 체험만을 강조하는 경향으로 발전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무속의 굿판에서 드러나는 광신주의나 감각적인 체험을 신앙의 전부인 것처럼 강조하는 현상도 나타나곤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종교적 체험들이 실제 현실 생활로 연결되지 못하는 비윤리적 한계를 낳고 말았다는 점이다.
사회의 불의와 부조리는 전연 신앙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게 되어서, 어떠한 ‘사회의 불의나 구조악’에도 항거하지 못하는 무책임한 기독교인만을 양산하고 만 것이다. 결국, 기독교의 목회자들이란 재난과 불행이나 추방하고 복을 빌어주는 사람들이 된 셈이고, 무속인이 단골 가정을 방문하여 복을 내리고 화를 면케 하듯이, 성도들의 가정을 심방하여 비슷한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주요 임무처럼 되고 만 것이다.
한국 교회는 이제 달라져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먼저 목회자들이 더욱 달라져야만 할 때라고 생각한다. 무속인이 ‘큰 굿판’만을 그리워하듯, 목회자들도 단순히 물량주의에만 빠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 오히려 올바른 교회관을 확립하고 정체성 있는 지도력을 확립하여 생활 신앙인들을 배출하는 데에 더욱 혼신의 힘을 쏟아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성도들로 하여금, 삶의 현장에서 진정한 기독교의 정신으로 말미암아 삶의 질이 개선되고, 역사 현실에 참여하는 종교인으로서 살아가도록 이끌어야만 할 것이다. 이것이 올바른 기독교의 정신이 한국인들의 심성에 자리를 잡는 일이고, 또 깊이 뿌리 내린 무속 신앙의 악 영향을 차단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칼럼의 내용은 필자의 개인 의견이므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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