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의 공습을 면한 유럽의 도시들은 천년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구 시가의 광장에 서면 프라하의 봄에 희생된 젊은이를 추모하는 기념비가 누워있고 항상 생화가 놓여 있다. 자유를 부르짖다 죽어간 사람들은 여기에도 역시 꽃다운 청춘들이었다. 수유리의
4.19 묘역에 묻힌 젊은 꽃들처럼....
엄숙한 묘비 바로 앞에는 알루미늄을 소재로 한 현대 조각이 실물보다 몇 배로 큰 형상이 한 점 서 있다. 구 시청 광장을 내려다보는 대로의 녹지 한 가운데 버티고 있는데 서울로 말하자면 광화문 네거리의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을 자리쯤 된다. 모습은 젊은 여인의 팬티
가 무릎까지 내려와 있는 형상이다. 조국의 자유를 갈망하다 총 뿌리에 희생된 넋을 위로하기엔 너무 야한 노출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구 시청 광장에 위치한 명물로 15세기 것으로 추정되고 하루에 두 번씩 예수님의 열두 제자가 차례로 나타난다는 천문 시계를 구경하기 위해 제일 자리가 좋은 건너편 식당의 노천 카페에 자리잡고 느긋하게 점심을 즐겼다. 시간이 되니 광장은 수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이 모여든다. 그다지 유서 깊다고는 할 수 없는 건축물과 시가지라도 명소로 이름을 날리면 이토록 관광객이 몰리는데 멀리 고개 돌려 고국의 빈약한 관광자원을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만 앞선다. 북적대는 세계 관광지를 볼 적마다 고국의 관계 부처 관광실무자들이 해외 명소를 많이 둘러보고 관광입국의 미래 청사진을 세워보라고 권하고 싶은 심정이다.
프라하 성을 둘러보고 대통령궁의 동상처럼 서 있는 위병의 초소를 지나 쌍둥이 첨탑이 있는 틴 교회를 뒤로하고 볼타바 강을 건너는 아름다운 카를 다리를 건넜다. 자동차를 통제하고 보행자만 다니게 하는 다리 위에는 그림을 파는 노점상과 즉석 인물 스케치 화가들이 있고 석양의 볼타바 강과 붉은 지붕을 한 프라하 성과 하늘에 검은 윤곽을 그리는 교회의 실루엣은 지나는 길손들의 마음을 애상에 젖게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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