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공 스님(뉴욕한마음 선원)
삶은 우리에게 끝없는 문제들을 만나게 한다. 그리고 우리는 다양하게 그 문제들을 거쳐간다. 불자들의 믿음은 이러한 만남 속에서 시험되면서 성장하거나 줄어들게 되지만 크게 보아 성장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의 삶은 수행 아님이 없으며 이러한 수행의 길은 치열한 내적인 투쟁으로 표현된다.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믿음의 칼을 들고 무지와 번뇌의 숲을 헤쳐 나간다. 이때에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머무르지 않으며 ‘참나(진리)’라는 금강석을 얻을 때까지 쉬지 않고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수행의 실천은 참으로 어렵다. 어려운 까닭은 근본적으로 나에게 있다. 어떤 때는 다가오는 경계에 대처할 힘이 없다는 생각 때문에 눌리고 어떤 때는 경계에 애착을 가져서 거기에 머물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참나’를 믿지 못하고 작은 나의 한계에 갇혀 있는 의식 때문이며 과거의 업식이 강한 힘으로 의식세계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불법을 공부한다는 것은 믿음의 힘을 통해서 업식을 녹이고(무지를 베어버리고) ‘참나’를 깨닫는 것이다.
믿음은 우리에게 생활 속에서 장애를 부수고 목표를 성취하는 힘을 가져다준다. 그것은 먼저 ‘나(참나)’에 대한 믿음이다. 한계에 제한된 나는 ‘참나’가 아니다. ‘참나’는 모습이 없는 부처님의 마음(불성)이며 내 안에 있는 나의 주인이며 우주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우리가 ‘주인공’을 참나로 믿으며 다가오는 모든 경계를 주인공에 맡기고 나아갈 때 부처님의 한량
없는 공덕이 나투어진다. 그러나 고정관념에 빠진 작은 나(육신의 나)의 한계에 갇힌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사고는 주인공의 원력이 나투어지는 것을 막는 장애물이 된다.
우리가 믿음의 보배칼을 치켜들면 ‘작은 나’의 무지(근원적인 어리석음)는 뒤로 물러서고 ‘주인공’이 모든 일을 하는 자가 된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어려움이 다가와도 ‘모든 것은 주인공이 하는 것이다’ ‘주인공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물러섬이 없이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어려움과 고뇌는 ‘작은 나’가 한다는 고정관념에 빠져 ‘주인공’에게 그 짐을 맡기는 바른 믿음으로의 ‘마음 바꾸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수 없는 세월은 ‘육신의 나’ 위주로 살아온 마음의 습관이 뿌리 깊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수행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무사와 같은 패기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미지의 세계로, 알지 못하는 두려움 속으로 한없는 공덕의 믿음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체유심조’는 모든 현상세계는 마음이 나툰 것이라는 뜻이다. 세계는 끝없는 변화 속의 모습이다. 생각이 찰나찰나 변하듯이 현상세계는 무수한 인연에 의해서 생멸 한다. 이러한 도리를 연기법이라 한다.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이러한 가르침을 믿고 ‘금강경’에서 설하신 말씀을 따라 ‘모든 것은 꿈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번갯불과 같이’ 무상하다고 보면 차츰 집착
이 엷어지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되어서 마음 가운데 본래의 지혜가 밝게 드러나며 사물을 바르게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어리석음(진실이 아닌 환상이기에)은 스스로 사라지고 밝은 지혜의 빛은 두루 밝게 비칠 것이다. 이것이 진리(연기법)를 믿는 공덕이다.
’근심하고 두려워하는 나’가 지고 있는 짐은 ‘무한 공덕의 주인공’에게 맡기고 ‘작은 나’는 물러나 편히 쉬게 하면 삶 속에서 만나는 문제들은 수행의 도구(자료)가 될 것이다. 이때 ‘주인공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모든 현상세계는 무상하여 고정됨이 없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바른 수행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바른 믿음을 흔들림이 없이 지켜 나갈 때 우리는 ‘나’라는 생각의 가난한 한계에서 벗어나 공덕이 가득한 자유인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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