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와서 첫 번 맞는 봄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라는 시적인 초대장을 받았다. ‘
첫 번 맞는 봄’이라는 말로 새로 이사 간 집이라는 것을 은유로 나타낸 집 주인의 위트도 좋았고, 잘 아는 사이니까 그저 집들이 한다고 전화로 ‘다음다음 토요일에 우리 집에 와서 저녁식사 같이 하세요.’해도 될 일인데, 예쁜 그림까지 그린 정식 초대장을 받으니 색다른 기분이었다. 비록 ‘위대한 개츠비’가 베푸는 호화 연회가 아니어도 내가 무슨 상류사회 여성이나 된 듯 기분이 좋았다.
매일매일 꼭 해야 할 일도 다 못하며 중요한 약속도 깜빡 잊기도 하면서 시간에 쫒기며 살다보니, 가끔은, 어느 집에 초대를 받을 때에도 반갑고 즐거운 기분이라기보다는 마치 무슨 또 다른 의무나 책임을 지듯이 ‘어휴 그렇게 먼데를 어떻게 가지?’생각이 먼저 나고 ‘가만 있자 그
날 무슨 일 없나?’ 하게 될 때도 종종 있다.
그러나 이처럼 초대장을 미리 받게 되면, 그 초대가 웬지 중요한 일로 여겨지게 된다. 갑자기 전화로 초대를 받고 ‘글쎄요... 그때 시간이 되나 볼게요.’라든지 이러저러해서 못 간다고 구구절절 변명할 필요 없이, 천천히 자신의 스케줄을 보고 심사숙고해서 가부간에 초대에 응할 수가 있어서 초대한 사람이나 초대를 받은 사람 양쪽으로다 좋은 일이라 생각된다. 많은 사람을 불러놓고 음식준비 많이 했다가 다 남아 처치 곤란했던 쓴 경험이 나한테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미국사람들은 몇 명 안 모이는, 가정주부들의 티 파티 같은 작은 모임에도 간단히 예쁜 초대장을 써서 보내어, 초대받는 시점부터 모임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여러모로 배울만한 생활 패턴인 것 같다.
초대장을 써서 보낼 때에는 대략 3주전에 보내는 것이 좋다. 물론 봉투 겉봉에 보내는 사람의 주소를 쓰기 마련이지만 초대장에도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을 밝혀서, <누가><왜><언제><어떻게><어디서>...모임을 갖게 된다는 것을 자세히 쓰는 것이 좋다. <어디서>는 주소뿐 아니라 약도까지 그려주어서 혹시 길을 잃어버릴 불편을 덜어주는 것이 좋다. 또한 <언제까지 답을 달라>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것이 RSVP이다.
사교계의 여왕인 프랑스에서 시작한 습관으로 Respondez S‘il Vous Plait, 즉 ‘답을 주세요.’라는 말이다. 진정한 초대는 초대하는 태도서부터 초대에 응하는 태도까지가 다 포함되는 것이다. 그러나 초대장이 없는 초대라 해도 참석여부는 꼭 알려주고, 더 중요한 것은... 참석한다고 했으면 참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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