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모 목사(뉴욕한국인그레잇넥교회)
산상수훈은 자연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이나 바라는 꿈과는 전혀 상반된 듯하다. 8복으로 시작되는 산상수훈은 마음이 가난한 자, 슬퍼하는 자, 핍박과 박해를 받는 자들이 축복되고 행복한 사람들이라 한다.
옛 성경이나 율법이 가르치던 교훈을 예수는 다시 고쳐 말하며 마음으로 음욕만 품어도 간음이요, 이웃이 아니라 원수를 사랑하고 하늘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온전하라, 무엇을 먹고 입고 살까 염려하지 말며 재물은 땅이 아니라 하늘에 쌓으라 한다. 어느 하나도 땅의 자연 인간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말씀이다. 하여 때로 경제, 정치 분야에서만이 아니라 개인생활에서도 전혀 적용 불가능한 윤리라 평하고 오히려 개인이나 사회생활에 해악을 주는 교훈이라 혹평하기도 했다.
니체(F.W.Nietzsche)는 복음서의 윤리와 함께 산상수훈을 ‘노예도덕’이라 하여 이 세상에선 전혀 쓸모없는 노예적인 가르침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종교적 기독교 신앙과 윤리가 통합된 이 예수의 말씀은 불가분의 가르침일 뿐 아니라 바로 이점 때문에 세상의 어떤 윤리도 비교될 수 없는 지고의 윤리가 된다. 산상수훈은 십계명을 파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중심 계명을 더 승화하며, 더 높은 계율이 되게 한다. 그리고 예수는 이런 하나님 나라의 계율이야말로 지상의 선이요 최고의 가치며 실은 하나님의 선물이다.
때문에 인간은 자기의 존재와 가치를 걸고 이를 찾아야 한다. 예수가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7:33). 그리하면 이 생에서 구하는 생 필수의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 하시리라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하신 말씀이다. 산상수훈의 결론에서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조건을 명시한다.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나의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마7:24)는 것이다. 주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을 하고, 귀신을 쫓아내며, 많은 권능을 행하는 기적을 나타냈을지라도 산상수훈과 같은 하나님 나라의 의로운 법도를 행치 않고 불법을 자행한 자들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마7:22-23).
물론 마태의 산상수훈은 하나님 나라와 직결된 말씀으로, 교회 밖의 보통 환경의 사람들보다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앙고백을 통해 이룩된 마태의 새로운 신앙공동체의 기독자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새 계율로서 준 말씀이었다. 하나님 나라가 온전히 이루어질 때 살게 될 하나님의 뜻이 담긴 새 계율이다. 바로 이것이 산상수훈이 지상의 모든 인간들의 수행 가능성이나 사정들은 아무런 고려도 없이 보이는 까닭이라 하겠다.
간디의 무저항 평화주의나 루터 킹의 민권운동의 방법이나 성취도 다 산상수훈의 정신에서 발화되고 역사의 새로운 계기가 되게 한 것을 보았다. 산상수훈이 자연 인간의 욕구와는 어긋나고 그 실행은 불가능하며 우리의 상식과는 너무나 멀지라도, 아직도 우리에게 지고한 가치가
있고 인간 사회의 높은 윤리로 간직되는 것은 그것이 하나님 나라의 계율일 뿐 아니라, 그 말씀을 진실하게 받고 그 말씀의 계율과 윤리대로 살게 되는 현실에선, 언제나 새로운 역사가 창출되고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지는 실질적인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산상수훈은 제거 폐기하거나 해독을 주는 독소나 노예 도덕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추구하는 기독자들의 지고한 목표요 윤리다. 따라서 산상수훈에 비친 하나님 나라는 예수가 가르친 생의 목표나 윤리, 축복이란 이런 것이기에, 흔히 한국 교회가 오복과 같은 물질적 세상적 축복을 보장한다는 기독교와는 얼마나 다른가를 쉽게 알 수 있다. 개인과 사회, 국가와 세계가 최종적으로 지향할 계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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